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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사 탄핵 기각, 국민은 납득할 수 없다

헌정사상 첫 ‘검사 탄핵’ 사건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헌법재판소는 30일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기각 의견은 5명, 인용 의견은 4명이었다.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파면이 확정되기 때문에 결국 안 검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는 기각됐다.

안 검사는 즉시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탄핵 사건에 대한 판결은 헌재의 권한이다. 하지만 헌재 판결 이후 5명 재판관들의 기각 의견을 다시 들어봐도 안 검사가 직무를 계속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의문은 별로 줄어들지 않는다.

지난해 9월 국회는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보복 기소로 공소권을 남용했다며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찬성 180표, 반대 105표, 무효 2표였다. 유 씨의 간첩 혐의 사건에서 검찰의 증거 조작이 드러나자, 안 검사는 4년 전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한 유 씨의 ‘대북 송금 사건’을 다시 꺼내 기소했다.

검찰 스스로 기소유예한 사건이었던데다, 유 씨가 국정원 직원들의 ‘간첩 조작’ 의혹을 폭로하고 연루된 검사를 고소한 직후였다. 누가 봐도 ‘보복성 기소’였다. 안 검사가 기소한 대북송금 사건도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2심과 대법원에서 공소가 기각됐다. 대법원이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첫 사례가 여기에서 나왔다.

애초에 앙심을 품고 보복할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파렴치하다. 유 씨에게 국가가 저지른 잘못은 자그마치 간첩 사건 증거 조작이다. 멀쩡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가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했다는 폭로가 나왔을 때 국민은 귀를 의심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범죄이며, 자칫 피해자의 인생이 송두리째 파괴될 뻔한 사건이다.

안 검사를 필두로 검찰은 그 칼끝을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유 씨에게 겨눴다. 안 검사는 과거 기소유예 사건까지 가져올 만큼 피해자 유 씨를 탈탈 털었다. 결국 유 씨는 취업 서류를 거짓으로 기재했다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로 벌금 700만 원을 받았다.

공소권 남용이 명백하고 대법원마저 이를 인정했다. 이번 헌재 판결은 이런 검사조차도 탄핵할 수 없다는 삐뚤어진 현실을 드러냈다. 대놓고 공소권을 남용하여 편파적으로 기소한 일이 드러나도, 국회에서 절대다수의 의원들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도 요지부동이다. 이대로라면 과연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기는 한 일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기소권이라는 권한이 무소불위인 만큼 이것이 잘못 사용되었을 때 처벌도 엄격해야 한다. 법을 보복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일벌백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번 헌재 판결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징벌할 실로 오래간만에 찾아온 기회를 저버린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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