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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범죄 수익 배분을 놓고 다툰 ‘세기의 이혼’ 소송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천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 분할로 큰 화제를 불러온 이 소송에서 정작 놀라운 것은 이 재산의 형성 과정이다.

항소심 과정에서 노 관장은 1990년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약 300억원이 최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전 회장과 최 회장에게 전달돼 증권사 인수, SK 주식 매입 등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노 관장은 자신의 아버지가 그 대신 받은 50억원 짜리 약속어음 6장의 사진과 메모 등도 제출했다. 이 중 4장은 어머니인 김옥숙 여사가 가졌고 나머지는 아버지의 형사재판 추징금 납부에 쓰였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또 SK그룹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해 현재의 SK텔레콤을 키운 것에 대해서도 "지극히 모험적인 행위였으나 대통령과의 사돈 관계를 보호막·방패막이로 인식하고 감행해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간단히 말해 매우 범죄적인 수준의 정경유착이 있었고, 그 결과 현재 최 회장이 보유한 재산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은 크게 반발했다. "노 관장 측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공개"했고, "편향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특히 노태우 측의 비자금 유입이나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입증된 바 없고 "당시 사돈이었던 6공의 압력으로 재원을 공급했다"면서 스스로가 피해자라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최 회장 측이 반발하면서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의 원심이 확정된다고 가정한다면 엄청난 부조리가 생겨난다. 노 관장의 주장은 자신의 아버지가 시아버지와 함께 저지른 범죄에 대한 '자백'이다. 소송의 대상이 된 재산의 상당부분은 범죄 수익이 되고, 결국 이혼 소송은 범죄 수익 배분을 놓고 다툰 재판이 되기 때문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가정사에 대해서는 제3자가 나서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닐 것이다. 조 단위의 재산 분할에 대해서도 그저 호기심을 갖는 게 전부일 테다. 그러나 범죄와 정경 유착의 결과로 만들어졌다는 천문학적인 재산을 최 회장과 노 관장이 나누어 가지는 것이 과연 정당하고, 그것으로 충분한 것인지는 되물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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