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배우 사진에서 팔레스타인 국기 지워 뭇매 맞은 베니티 페어

베니티 페어에 실린 2024년 칸 영화제의 가이 피어스 사진. 왼쪽이 원본이고, 오른쪽이 팔레스타인 국기 배지를 지운 수정본이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이스라엘이 놀랍게도 가자지구 대학살의 강도를 또 한 단계 높였다. 북부에서 민간인 공격을 재개했고, 남부에서는 라파 난민촌을 공습하는 등 민간인 공격을 확대했다. 이에 이스라엘의 맹방이었던 미국과 독일마저 난감함을 표하고 있고,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한 업계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할리우드와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이 와중에 미국의 연예 전문 월간지 베니티 페어가 칸 영화제 기사에서 가이 피어스가 한 팔레스타인 국가 배지를 지운 사진을 발행해 뭇매를 맞았다. 이 사건을 전한 미들이스트아이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Cannes Film Festival: Outrage after magazine edits out Guy Pearce's Palestine pin

화려한 영화, 패션, 그리고 화려함의 눈부신 향연인 칸 영화제는 예술 영화와 유럽 영화의 정수를 기념하는 행사로 명성이 높다. 1946년 시작된 이래 사진작가들은 칸 영화제에서 세계 영화계의 거장들을 카메라에 열정적으로 담아 왔다. 그러나 올해는 미국 월간지 베니티 페어의 프랑스 지부가 찍은 사진 한 장이 예기치 못한 이유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5월 21일 베니티 페어는 ‘칸의 일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러 유명 인사의 사진을 소개했는데, 거기에는 호주 배우 가이 피어스의 사진도 있었다. 칸 영화제에서 피어스는 팔레스타인 국가 배지와 팔레스타인 국기 색상의 팔찌를 착용해 동료 배우 케이트 블란쳇과 파스칼 칸, 슈퍼모델 벨라 하디드, 모로코 영화감독 아스매 엘 무디르와 함께 이스라엘이 계속 공격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를 표시했다.

사진에서 피어스는 검은색 이브 생로랑 턱시도를 입고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고 있다. 하지만 그의 왼쪽 옷깃에 있던 팔레스타인 국가 배지는 보이지 않았다. 베니티 페어가 포토샵으로 그것을 지운 것이다.

이 사실을 발견한 이집트 언론인 아흐메드 하타트는 X(전 트위터)를 통해 이 사건을 알렸다. 일부 X 사용자에 따르면 피어스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마치 예상한 듯 배지에 맞춰 눈에 덜 띄는 (그리고 지워지지 않은) 팔찌를 착용했다. 하타트는 ‘피어스의 팔찌는 천재적이다. 피어스는 서방 언론을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고, 많은 X 사용자가 팔찌를 지우지 않은 베니티 페어를 비웃었다.

몇몇 SNS 사용자는 베니티 페어가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표현한 사진을 검열했다고 비난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한 SNS 사용자는 ‘우리가 자랄 때 스탈린의 전체주의적 포토샵에 대해 수업 들었던 것을 기억하는가’라는 댓글을 달았고, 한 틱톡 사용자는 ‘이것은 언론이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숨기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고 하기도 했다.

베니티 페어는 5일이 지난 5월 26일 하타트의 게시물에 댓글로 사과했다. ‘안녕하세요. 우리가 실수로 [피어스 사진의] 수정본을 웹사이트에 게시했다. 원본은 같은 날 인스타그램으로 게시됐다. 우리의 실수를 바로잡고 사과드린다’. 현재는 베니티 페어의 웹사이트에 있는 ‘칸의 일기’ 기사에 올바른 사진이 게시돼 있다.

그러나 베니티 페어의 댓글에는 ‘실수’가 편집진의 의도적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답글이 여럿 달렸다. ‘이건 실수가 아니다. 거짓말하지 말라. 온라인에서 뭇매를 맞고 큰 화제가 됐기 때문에 수정한 것뿐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는 답글도 있었고, ‘애초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제거하기 위해 사진을 왜 수정했는지를 신속히 설명해야 한다’는 답글도 있었다. 베니티 페어가 편집된 이미지를 사용한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미들이스트아이는 논평을 요청했지만 베니티 페어는 답변을 주지 않았다.

피어스는 1997년 영화 ‘LA 컨피덴셜’로 신인답지 않은 연기로 주목받고, 2000년 영화 ‘메멘토’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의 연기는 2011년 미니 시리즈 ‘밀드레드 피어스’로 에미상 남우조연상을 받음으로써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으며, 2013년 영화 ‘아이언맨3’에도 출연하면서 그의 인기는 계속됐다.

피어스는 2022년 12월 국제법과 FIFA의 규정을 위반하고 무력으로 점령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경기를 허용한 이스라엘 축구협회와 제휴한 운동 브랜드 푸마를 보이콧할 것을 촉구하는 등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이전부터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 2023년 12월 푸마는 결국 이스라엘 축구팀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푸마는 그것이 보이콧 운동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이 일을 보이콧의 효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널리 환영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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