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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석열 정부 들어 급증한 국가보안법 기소, 우려스럽다

지난 23일 서울고법 형사13부는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유죄를 받았던 재일동포 2세 고 최창일 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최 씨는 지난 1974년 6월 불법 구금을 통한 강압 수사로 기소돼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6년을 복역하다 가석방됐다. 출소한 최 씨는 1998년 사망했고, 사망한 지 26년, 판결을 받은 지 5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이번 재판 이외에도 국가보안법 관련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거나, 재심 무죄 선고 이후 국가배상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11일 대법원은 북한이 개발한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국내에 납품하고 군사기밀을 유출했다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북 사업가 김호 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2018년 국정원은 김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했고,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렇게 국가보안법 관련 무죄 판결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국가보안법 기소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23년 국가보안법 기소 건수는 57건으로 2022년 15건과 비교해 대폭 상승했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시기인 지난 2015년 73건이 기소된 이후 8년여 만에 기소 건수가 50건을 넘었다. 대검찰창은 기소가 많아진 이유에 대해 ‘국정원, 경찰에서 다수 국가보안법 위반 구속사건을 송치’한 것과 ‘국가보안법 위반 재심 사건의 증가’ 등을 이유로 설명했다. 보수매체 등에선 윤석열 정부 들어 그동안 무력화됐던 국가보안법 관련 수사가 정상화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기소가 늘어난 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 조작, 선전 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으며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색깔론 공세에 나서는 등 공안 정국을 주도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총선 과정에선 국가정보원의 정당·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불거지기까지 했다.

국가보안법은 국가인권위원회는 물론 유엔의 인권 관련 각종 기구로부터 폐지를 권고받은 악법이다. 특히 제7조는 헌법이 정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이를 남용함으로써 개인정보 등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국제적 비판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과거 냉전 시기로 회귀하려는 정부의 행태가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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