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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유] 정보가 없다는 정부의 거짓말을 막을 방법은

얼마 전 보건복지부는 의대증원 관련한 회의록을 공개해달라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회의록이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그 회의는 차관급 이상이 참석하는 회의로 공공기록법에 따라 반드시 회의록을 남겨야 하는 회의였다.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수많은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 사안에 대해 정보를 은폐하는 것만이 아니라 법을 위반하기까지 했다는 논란이 일자, 보건복지부는 바로 며칠 뒤 사실은 회의록이 있었다고 입장을 바꿨다. 회의록이 없다던 대답이 거짓말이었다고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만약 그 회의가 법에서 정한 회의록 작성 의무대상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회의록이 없다는 대답이 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위법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했다면 보건복지부는 순순히 회의록의 존재를 스스로 시인했을까.

우리나라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을 시행하고 있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정부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권리가 있고, 정부는 시민에게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있음을 천명한 제도다. 보건복지부 보정심 회의록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적 현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한다. 일상의 궁금함이나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권리구제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등 정보공개청구의 주제와 종류도 다양하다. 사람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떤 문제든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제대로 확인해야 하는데 그 첫 발짝이 정보 확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보공개청구를 ‘권리를 위한 권리’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집단행동 관련 중대본 회의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2024.5.7 ⓒ뉴스1


하지만 정보공개청구가 아무리 많아도 공개는 정보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물론 정보를 줄 수 없다며 비공개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원한 비공개는 없는 법. 지금 공개가 어려울 뿐이지 언젠가는 공개가 될 정보들이다. 시간불문 이유불문 공개될 수 없는 것은 정보부존재뿐이다. 당연하다. 정보가 없으니 공개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정보부존재는 시민이 요청한 정보를 공공기관이 보유하거나 관리하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답변이다. 보건복지부 사례처럼 공개하기는커녕 아예 공개할 것이 없다고 거짓말을 해버린다면 의대 증원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확인을 통한 문제 해결은커녕, 기본적 알권리조차 침해당하게 된다. 정보를 비공개하기라도 한다면 이 정보가 반드시 공개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 되지만, 이 경우처럼 정보가 없다고 하면 어찌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정보가 없다는 게 거짓말이라면 이 정보가 공공기관에서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정보공개청구한 사람이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공공기관의 컴퓨터나 캐비닛을 들여다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정보가 있음을 설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정보 비공개라면 해당 기관 내에서 꾸려지는 정보공개심의회를 통해서 짧은 시간 안에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정보공개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지만, 정보가 없다고 부존재 통지를 하면 필요한 정보를 받기 위해서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거쳐야 한다. 꽤 긴 시간이 소요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큰 비용을 들여야 하기도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정보 존재의 입증은 정보공개청구한 시민의 몫이다.

회의록 없다고 하다 며칠 만에 입장 바꾼 정부
정보가 없다는 거짓말을 막으려면 소송까지 거쳐야
정보가 없다는 허위 답변도 처벌해야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정보공개를 차단할 목적으로 정보가 없다며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몇 년 전 검찰은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소송에서 관련 자료가 없다며 정보부존재를 주장했다가 재판부의 명령에 자료를 제출했고, 결국 정보공개소송에서도 패소해 지난해 1만여장이 넘는 특수활동비를 비롯한 예산자료를 공개했다. 이런 정황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9년 경기지방경찰청은 당시 쌍용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사용한 최루액 현황에 대해 정보를 관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지만, 얼마 뒤 국정감사에서는 14차례에 걸쳐 2136.9L를 사용했다고 의원에게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위에서 예를 든 보건복지부와 검찰과 경기지방경찰청의 ‘자료가 없다’는 거짓말은 모두 정보공개청구 과정에서 나왔다. 정보공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보부존재를 악용한 것이다. 정보공개법은 위법한 공개 거부나 회피 등 부당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위반하더라도 처벌 규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정보은폐를 위한 거짓말에 거리낌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의록이 없다던 보건복지부가 며칠 만에 사실은 회의록이 있다고 시인했던 것은 정보부존재 거짓말에는 패널티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보부존재야 거짓말이었다 시인하면 그만이지만, 있어야 할 회의록이 없는 것은 공공기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해지는 벌칙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제도는 정부의 정보는 주권자인 시민의 것이라는 점을 체계화 한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근간이 일상의 정보공개청구에서 번번이 훼손되고 있다. 하지만 자의적 비공개를 넘어서 정보가 없다는 허위 답변 알권리를 비롯해 시민의 여러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는 공공기관의 고의적 정보은폐와 허위 답변 등에 대해 처벌 조항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논의되어왔다. 하지만 20여년간 이어진 이 논의에도 제도적 진전은 아직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국회를 통해 발의되기도 했지만 번번이 법안이 폐기되었다. 하지만 더 지체할 수는 없다. 정보의 공개 여부를 두고 정부와 시민간의 입장의 차이가 아닌, 정보가 없다는 거짓말이 일삼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의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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