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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변화한 동북아 질서 보여준 한중일 정상회의

4년 5개월 만에 다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가 마무리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3국 정상은 인적교류, 기후변화 대응, 보건·고령화, 디지털 전환 등에서 호혜적 협력 사업을 발굴하기로 했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투명하고 원활하며 효과적인 이행을 다짐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달라진 동북아 질서를 그대로 보여줬다. 한중일은 각각 자신의 정치적 관심을 내세웠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3국 정상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우리의 공동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면서도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하는 것에 그쳤다. 이는 각각 중국, 한국, 일본의 관심사로, 각각 재강조(reiterated respectively)라는 표현이 사용된 데서 드러나듯이 아무 진전이 없었던 셈이다.

한국의 관심사였던 '한반도 비핵화'는 과거에 비해서도 후퇴했다. 2018년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다"나 2019년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표현은 공동선언문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의 대북 정책이 바뀌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정상회의와 장관급 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것에도 큰 의미를 두긴 어려워 보인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08년 시작돼 2012년까지는 매년 열렸지만 그 이후엔 불규칙적으로 열렸다. 미중 간의 경쟁이 갈등 국면으로 발전하면서다. 이번 정상회의가 4년 5개월만에 열린 것도 세 나라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렵게 모였지만 이렇다할 합의도 나오지 않았다. 정상회의의 정례화 '복원'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이유다. 당장 내년의 회의 개최 여부도 공동선언에 명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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