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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야당이 여당안 받겠다는데 연금개혁 합의 거부한 ‘예측불가’ 대통령

대통령실이 26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국민연금 개혁안의 21대 국회처리 제안'을 거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모수개혁 뿐만 아니라 구조개혁도 필요하다며 "21대 국회가 3일 밖에 안 남았으니 22대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처리하자"고 말했다. 전날 이재명 대표가 내놓은 "꼭 해야 할 일이니 민주당이 다 양보하겠다, 국민의힘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제안에 대한 공식적 거부다.

이보다 조금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도 "국민연금 개혁은 여야 합의가 돼 있는 범위 내에서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27일 또는 29일 ‘원 포인트’ 본회의 개의를 제안한 상태였다. 대통령실은 여당안에 대한 전격 수용의사를 밝힌 야당 대표와 국회의장의 제안을 동시에 거절한 것이다.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취임 초기부터 연금개혁에 대한 위기의식을 조장해 온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이기에 대통령실의 입장은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여야간 사실상 합의가 된 이번 개혁안이 모두에게 마땅한 건 아니다. 한 달 전 국회연금개혁 특위 산하의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한 시민대표단은 숙의토론을 거쳐 노후소득 보장에 무게중심을 둔 보험료율13%-소득대체율50%를 선택한 바 있다. 지금 야당이 합의처리를 제안한 13%-44%는 이에 못 미치는 안이다. 대부분이 노동자인 연금가입자들이 보험료 인상에 반대해 시민사회가 합의처리를 반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국민연금 개혁은 이해관계자가 많고 장기간의 계획을 다루는 일이다. 모수개혁을 넘어 구조개혁까지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모수개혁 조차도 상당한 정치적 모멘텀이 없다면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런데 여당안을 수용한 야당 대표의 제안도 거부하고, 이번에 모수개혁을 처리하고 다음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시작하자는 국회의장의 중재안도 거부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지금까지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수치를 내본 적도 없고, 그저 올려야 한다는 방향성만 제시했다. 구조개혁안은 말조차 꺼낸 적이 없고 당장 정부안을 낼 계획도 없다. 그저 반대다.

28일 본회의가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인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채상병 특검법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차피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본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따라서 채상병 특검법이 국민연금 개혁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할 수도 없다. 상황이 이러니 지금 대통령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밀어붙이든 발목을 잡든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자기들끼리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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