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실업급여 삭감 법안 철회해야 한다

지난 21일 고용노동부가 고용보험법‧고용산재보험징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반복 수급자에 대한 수급액을 감액한다는 내용이다. 일부 악용 사례를 내세워 수급액을 감액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실제로 더 큰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고용이 불안정한 취약계층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정안은 마지막 근무일인 이직일 이전 5년 동안 2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수급자는 수급 횟수를 기준으로 최대 50% 범위 안에서 수급액이 감액된다. 반복수급자의 실업급여 신청 후 지급까지 무급 대기기간도 현행 7일에서 최대 4주로 늘어나게 된다. 노동부는 입법예고문에서 “반복수급은 노동시장 구조 왜곡을 고착화하고 가입자 간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설사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5년 동안 2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가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기간 내에 실업급여를 다시 받게 되는 이유는 고용이 불안하기 때문이며,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속적으로 비정규직 비중이 높아져 왔다. 더군다나 경제 불황과 맞물려 취약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내밀리고 있다.

단순하게 몇 년 안에 몇 번 실업급여를 신청했다는 수치만 가지고 이를 부정수급으로 취급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현실을 외면하는 발상이며, 선량한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모욕이다. 대기업에 다니지 못하고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더 쉽게 해고당하는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실업 후 당연한 권리인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가서 부정수급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까지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지난해 7월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란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뒤 고용센터 관계자의 입에서 “실업급여로 해외여행 가고 샤넬 선글라스를 산다”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을 모욕하는 발언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잠시 잠잠해졌지만 입법예고를 보면 현 정부의 인식은 그사이에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

섣불리 입법예고부터 해놓고 볼 일이 아니다. 정말 부정수급이 문제라면 전체를 싸잡아서 부정수급으로 단정하기 전에 일부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와 다수의 고용 취약계층을 엄밀하게 구분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단기‧임시직이 늘어나고, 그 안에서 고용불안도 더 커지고 있다. 지금은 정부가 고용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아도 시원치 않을 때다. 양극화 시대에 사회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뭐라도 더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정상이다. 오히려 있던 실업급여마저 삭감한다면 가뜩이나 취약한 고용안전망을 완전히 망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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