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셀프방탄’ 채상병 특검 거부, 국민 저항 부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에 이어 본인이 관계된 특검 수사까지 막았다. 10번째 거부권 행사다. 특검 수사로 대통령실의 외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권에 치명타가 될 것이 두려워 틀어막았을지 모르나, 거부권 행사 자체가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태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특검을 거부하면서 특검법이 여야 합의 없이 통과돼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이 훼손됐고, 특별검사를 야당이 추천하도록 돼 있어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했으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구차한 궤변이다. 채상병 특검법이 왜 나왔는가. 지난해 7월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가 있는 그대로 경찰에 이첩되지 못하고 내용이 뒤바뀌는 과정에 대통령의 ‘격노설’과 대통령실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정황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즉,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의혹이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 사건의 ‘당사자’가 특검에 대한 실질적 임명 권한을 갖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수사의 공정성을 기대한다면 오히려 대통령이 특검 임명 과정에서 배제되어야 하는 게 맞는다.

채상병 사건 의혹이 커지자 윤 대통령은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김건희 특검을 거부하더니 검찰 수사팀이 전면 교체됐다. 대통령의 권한은 자신이나 가족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가족방탄’ ‘셀프방탄’을 위한 무분별한 인사권, 거부권 행사야말로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행태다.

야6당과 시민사회로 구성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은 주말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국민들은 이미 권력을 사유화 한 대통령을 탄핵시켰던 경험이 있다. 선거로 심판해도 대통령이 국민을 무시한다면, 국민은 대통령을 거부하는 행동에 들어갈 수 있다.

야당들은 28일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재의결할 계획이다. 설령 28일 본회의에서 부결되더라도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대통령의 반헌법적 행태에 공범이 될 것인지 아닌지 결정해야 한다. 국회 본회의에서 공범이 되길 선택한다면, 그들 역시 국민적 저항의 대상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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