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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 오른 최저임금위, 최저임금 취지 훼손 안 돼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본격적인 활동이 오늘부터 시작된다. 본래 최임위 첫 회의는 지난 4월에 예정돼 있었으나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의 임기가 5월 13일 만료되어 심의도 그 이후로 연기되었다.

올해 최임위 쟁점은 대략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교체되는 공익위원들의 위촉 문제, 둘째는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마지막 세 번째는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에 관한 문제이다. 우선 최임위 위원은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각 9명씩 구성되는데, 보통 노·사 위원 간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니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올해 최저임금의 속도조절이나 차등적용 등과 같이 노동계와는 정반대의 주장을 해온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하는 공익위원들이다 보니 그 면면이 더욱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최저임금 1만원 역시 노동계에서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고, 대선 후보들도 공약으로 들 만큼 상징적인 숫자로 여겨져 돌파 여부가 주목돼왔다. 공익위원의 경우 지난달 26일 위촉이 마무리됐다. 최저임금 1만원 돌파는 불과 140원밖에 남지 않아 지난해 인상률이나 물가상승 등을 고려하면 무난하게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최대 쟁점으로 남은 건 ‘차등적용’에 대한 문제이다.

정부와 경영계가 주장하는 업종별 차등적용의 근거는 ‘사용자의 지불능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즉 사용자의 임금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법정 최저임금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경영악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업종들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근거를 들어 경영계는 최저임금 미만율을 기준으로 한 3개 업종(숙박·음식점업, 편의점업, 택시운송업)의 차등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노동자의 기본적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최소한의 임금을 강제한다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비춰봤을 때 결코 바람직지 않다. 지난 2018년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논쟁과 마찬가지로 결국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경영계가 ‘차등적용’의 근거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것은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도입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업종과 지역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 하는 사례들이 존재하기는 하다. 그러나 지역별 최저임금의 경우 국토가 넓거나 연방제 국가라는 점에서 1일 생활권이 발달돼 있는 우리나라와는 지역적인 환경이나 조건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업종별 최저임금을 도입한 국가들의 경우는 대부분 국가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즉, 선진국에서는 법정 최저임금을 하향시키려는 경영계의 주장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취지에서 차등적용을 시행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차등적용보다는 단일한 최저임금제도를 권하고 있다는 점 역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최저임금제도가 올해로 벌써 38년째를 맞고 있다. 어떤 제도든 시대에 따른 변화는 순리인 만큼 제도 운용에 대한 다양한 방식은 언제나 토론될 수 있다. 특히 최저임금제도는 ‘생존’의 주요 기준이 되는 만큼 그 고유한 목적 자체는 어떤 경우라도 훼손되지 않아야 하며, 지금의 제도를 '보완'한다는 목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와 경영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결국 '최저임금 하향'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오늘로 막을 올린 최임위에서는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소모적 논쟁보다는 노동자의 삶을 기준으로 한 제도의 취지를 중심으로 둔 생산적 논의가 활발하게 오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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