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사망, 불확실성에 내몰린 세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불의의 헬기 사고로 사망했다.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20일(현지시간) 오전 모하마드 모크베르 수석부통령이 주재한 긴급 내각회의 후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 이은 권력서열 2위였다.

종교와 정치가 일치된 이란의 상황에서 대통령은 직선으로 선출되지만 최고지도자의 '통제'를 받는다. 군 통수권도 최고지도자에게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유고는 당장 이란의 정치·사회체제에 직접적인 대혼란을 불러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무엇보다 그가 최고지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현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는 이란 혁명 이후 최고지도자였던 호메이니의 통치 시기에서 8년간 대통령을 역임했다. 최고지도자와 대통령의 후계 구도가 크게 흔들린 셈이다.

정치 지도자를 포함해 사람은 누구나 자연적으로든, 사고 때문이든, 혹은 테러와 같은 정치적 사태 때문이든 돌연한 죽음을 맞을 수 있다. 그때마다 정치적 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불가항력의 이유로 초래된 지도자의 죽음이 정치적 위기를 조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깨지기 쉬운 사회'가 우연적 일에 직면해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지금의 중동이나 세계는 그야말로 '깨지기 쉬운 사회'다. 이란 정부는 이미 2009년의 대통령 부정선거 시위, 2019년의 반정부 시위, 2022년의 히잡 시위를 겪으면서 체제의 불안정을 겪어 왔다. 이란 정부가 자체의 내구성을 유지한다고 하더라고 이란을 둘러싼 중동의 정세는 그리 간단치 않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은 이 지역의 불안정성을 확대해왔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규탄에도 불구하고 가자에서 민간인 학살을 감행했고, 이란과도 군사적 충돌을 주고받았다. 역내의 강대국이라고 할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이번 사태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다. 라이시의 사망이 이란 내부 문제를 넘어 역내의 문제로, 나아가 세계의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동 바깥의 세계도 그리 안정적이지 않다. 세계의 주요 강대국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고령이고, 무엇보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탈냉전 이후 미국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을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세계는 이미 불확실성에 내몰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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