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본격화한 미중 무역분쟁, 미국 편 들 일이 절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격해지고 있다. G2로 불리는 양대 강국이 무역 분야에서 각을 세우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가 큰 파고를 맞을 전망이다.

미국은 14일 중국산 전기차, 범용 반도체, 태양광 전지, 철강 및 알루미늄 등에 대한 관세를 2∼4배 올린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무역법 301조를 앞세워 전기차와 에너지 등 중국이 집중하는 산업 영역에 관세 폭탄을 퍼부은 셈이다.

미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중국은 이미 지난달 관세법을 개정해 자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긴 나라에 대해 동등한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전열을 정비했다. 미국의 선제공격에 중국이 맞대응할 경우 두 나라의 무역 보복은 끝없는 수렁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양국의 무역분쟁이 우리나라에게는 엄청난 위협이 된다는 점이다. 일단 미중 무역분쟁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6일 “두 나라의 무역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년 만에 경제강국 일본과 독일 GDP가 한꺼번에 날아간다는 이야기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가 한미동맹에 얽매여 미국의 대중국 경제봉쇄에 동참할 때 벌어진다. 우리나라의 총 수출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가 중국(19.8%)이다. 1분기 비교적 좋은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의 최대 수출국도 중국이었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만 14조 7,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중국에서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이 한미동맹을 중시한답시고 대중국 경제봉쇄에 동참한다면 우리나라 수출은 초유의 위기를 맞을 것이다. 실제 2018년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보복관세를 예고했을 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미중 무역분쟁 국면에서 가장 취약한 나라는 한국”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데다 지정학적으로도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은 두 나라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아가며 지혜롭게 위기를 탈출하는 방법 외에 대안이 없다. 미국은 전통적 우방이라느니, 한국과 미국의 가치동맹이 중요하다느니 떠드는 순간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윤석열 정권은 명심해야 한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