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제 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16일 서울고법은 ‘의대 정원 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렸다.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을 멈춰달라며 법원에 냈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판결이 나온 것이다.

앞서 1심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의대 증원 결정의 주체는 ‘대학의 장’이기 때문에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은 처분의 당사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각하했다. 이번 항소심에서는 의대생의 경우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있다며 원고적격은 인정했지만 “집행정지 인용 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들의 신청을 기각했다. 결국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항소심까지 이어진 법정 공방은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됐다.

의료계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신청 자격이 없거나, 있더라도 공익에 반한다고 판결한 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의대 증원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은 왜곡된 의사 수급이 초래한 과잉된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사회적 합의 수준을 한참 초과한 과잉된 기득권의 당사자들이 반대한다고 정부 정책을 집행정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당장 의료계는 재항고를 예고하며 맞서고 있다.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의대 증원이 확정될 경우 1주일 휴진을 실시하고 매주 1회 휴진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직 전공의들은 복귀 조건으로 내건 정부의 ‘의대 증원 백지화’ 등 7대 요구안을 고수하고 있다. 의료공백 사태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장 의료공백이 더 지속되면 그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이미 지금까지의 파행으로 일선 의료현장의 피로도는 한계에 이르렀다. 그뿐만 아니라 사태가 더 계속되면 내년 의사 수급에도 구조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 2월20일 이후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이 그 3개월 뒤인 5월20일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수련 기간이 미달 된다. 전문의 수련 규정상 수련을 받지 않은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경우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이 경우 내년에 배출되는 신규 전문의 수가 급감할 위기다.

법원의 판결까지 나온 마당에 이제 정부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온 데에는 정부의 책임이 작지 않다. 정치력을 발휘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번번이 때를 놓치고 결국 극한 대립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의료계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정부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정부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국민의 의료복리 증진이어야 하며, 애초에 의대 정원 확대를 국민이 원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법원 판결이 대화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당장 의대 증원 자체는 기정사실이 됐다. 의료계가 대법원에 재항고를 하더라도 현실적인 일정상 의대 증원을 막기 어렵다. 정부는 예정대로 이달 말까지 최대 1509명의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년도 의대 입시요강을 공고할 방침이다. 서로 할 만큼 다 한 실력행사와 법정공방을 매듭짓고 지금은 정부도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고 의료계도 한발 물러서서 대화에 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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