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용산’ 앞에 무기력한 여당 젊은 인사들의 ‘총선 반성문’

국민의힘 젊은 인사들의 모임인 첫목회가 밤샘토론을 하고 이른바 총선 반성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말로는 민심의 매서움을 말했지만, 국민이 주시하는 핵심 현안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태도를 고치지 못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실망을 안겼다.

첫목회는 매월 첫번째 목요일에 모인다는 의미로 국민의힘 30~40대 인사들의 모임이다. 이들다수는 총선에서 수도권에 출마했고 그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낙선했다. 첫목회 소속 20명은 전날부터 밤샘토론 한 결과라며 15일 ‘공정과 상식의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이른바 총선 반성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총선을 통해 민심의 매서움을 목도했다”면서 △이태원 참사에서 비쳐진 공감 부재의 정치 △연판장 사태로 비쳐진 분열의 정치 △강서 보궐선거로 비쳐진 아집의 정치 △입틀막으로 비쳐진 불통의 정치 △호주대사 임명으로 비쳐진 회피의 정치 등을 성찰했다. 이들은 “국민이 바랐던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부응하지 못했고 당은 무력했다”며 “우리의 비겁함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반성문은 ‘주어’가 빠져 있다.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매서운 민심을 초래한 윤 대통령과 권력 핵심을 지목하지 못했다. 그러니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보수정치의 재건을 위해 용기있게 행동하겠다”는 말도 허망하다. 변할 생각이 없는 대통령과 관저정치 행태를 어떻게 견인해 민심에 부응하도록 할지 빠져 있다.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이런 한계는 낱낱이 드러났다. 채상병 특검에는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특검을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 역시 “대통령이 처의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사과했고 검찰이 수사 중”이라며 역시 지켜보자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국민은 지켜볼 대로 지켜보고 총선 심판과 특검 지지 여론으로 민의를 드러내고 있지만 이들은 애써 모른 척 뭉개고 있다. 결국 총선을 반성한다지만, 총선 이후에도 행동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과거 보수정치에도 소장개혁파라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차후 행보는 차치하더라도, 당시 그들은 대통령과 권력 핵심을 실명 비판하며 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결기가 있었기에 ‘소장개혁파’라는 이름이 언론은 물론 국민들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통용됐다. 이와 달리 첫목회의 행보는 권력의 눈치를 보고 할 말을 삼켰다.

이번 총선으로 국민은 윤 대통령의 권력 사유화와 민생경제 파탄을 심판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은폐와 회피는 공정과 상식을 위배한 가장 대표적 사례로 심판에 일조했다. 첫목회는 물론 국민의힘 전체가 이런 민심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친윤이니 친한이니 하며 몰려다니는 행보에 국민은 냉소를 보내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용기는 뜬구름 잡는 말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맞서 민심을 대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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