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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넉 달 전 ‘김건희 특검’ 시위한 대학생들에게 다시 구속영장 신청한 경찰

지난 1월 '김건희 특검'을 요구하면서 용산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했던 대학생들에 대해 경찰이 재차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20여명의 학생들은 지난 1월 6일 대통령실 앞에서 '김건희를 특검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검문소를 통해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한 바 있다. 경찰은 이들을 연행한 후 1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 중 6명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10명에 대해서도 영장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석방했다. "구속 사유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를 계속했다. 현장에서 시위를 벌인 대학생들은 물론, 대학생진보연합 간부들로 눈을 돌린 것이다. 시위 학생들의 '배후'를 찾아 공범을 처벌하겠다는 의도였다. 이번에 경찰이 영장을 신청한 4명 중 3명은 당시 시위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이들이다. '배후'를 운운하면서 사건을 키우는 건 독재정권 시절 경찰의 익숙한 수법이기도 하다.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시민사회단체의 시위도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시위가 일부 법령을 위반해서 벌어졌다고 해서 이를 준비한 이들을 배후로 몰고, 공범으로 단죄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사건은 법원에서 이미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고 본 경우다. 시위 자체는 경찰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 일이었으니 당연히 인멸할 증거나 도주할 우려도 없다. 몇 달이나 지나서 무슨 새로운 사실이나 찾아낸 듯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경찰이 유독 이 시위에 과도한 수사를 벌이는 건 '김건희'와 '대통령실'이 갖는 상징성을 고려한 탓일 터이다. 권력자가 예민하게 생각하는 사건이니 어떻게든 성과를 낼 작정도 깔려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이 눈치를 봐야하는 건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 누구도 이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구속될 만한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에 대한 피의자 심문은 17일 오전에 열린다. 법원의 상식적인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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