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윤 대통령 말한 노동법원 ‘제대로, 반드시’ 만들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중에 ‘노동법원’ 설치 관련 법안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노동부와 법무부에 14일 지시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법조계가 오랜 기간 도입 필요성을 말해왔던 만큼 ‘노동법원’ 설치 준비 지시 자체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간 정부의 태도로 봤을 때 노동계나 법조계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윤석열 독주형’이 되거나,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갑자기 논의가 사라지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

노동계와 법조계에서 노동법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래됐다. 주된 근거는 노동분쟁 해결 절차가 이원화돼 있어 노동자의 권리 구제가 지연된다는 점이었다. 부당노동행위나 부당해고 등 노동사건은 통상 노동위원회(지방과 중앙)의 판단을 먼저 거치고, 당사자가 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하면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 3심을 거쳐야 한다. 사실상 ‘5심제’라는 것이다. 법관의 순환보직으로 인해 노동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노동전문 법관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나아가 노사가 추천한 노동전문가가 참여하는 ‘참심형 노동법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돼 왔다.

윤 대통령이 제기한 근거는 지금까지의 주장과는 결이 다르다. 윤 대통령은 25번째 ‘민생토론회’ 마무리 발언 중 “노동법 위반 문제만 다루는 게 아니고, 민사상의 피해 입었을 때 이것이 원트랙으로 같이 다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체불임금이나 노동자들의 피해, 더 큰 이슈들이 종합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노동법원을 적극 검토할 단계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동법원을 만들면 전문성이 강화되기 때문에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민사상 피해를 형사재판과 함께 원트랙으로 구제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노동법원 설치의 중요한 필요성인 ‘5심제 해결’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임금체불 구제는 신속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사업주의 임금체불 사실이 법원에서 형사적으로 밝혀져야만 피해구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체불임금은 과태료나 과징금 등의 제도 보완과 실질적 행정조치를 통해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문제는 그간 윤석열 정부가 노동정책을 다루는 태도다. ‘갈라치기’ ‘노조 혐오’로 일관돼 왔다. 노동자들이 그토록 요구했던 노란봉투법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과연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세울 수 있겠는가. 이번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로 미조직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를 거론했다.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고, 플랫폼 노동자들을 ‘근로자’ 범위로 포함시키면 기존 법으로도 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하면서 이들을 ‘노조가 아닌 것’으로 보호하겠다고 하니, 여전히 갈라치기, 노조 혐오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노동법원은 새로 만드는 만큼 폭넓게 의견을 모으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가 뜬금없이 제기했다가 사회적 논의가 복잡해지자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정책이 한두 개가 아니다. 노동법원이 그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 그러려면,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