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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갈이된 ‘김 여사 수사’ 라인, 그런다고 덮을 수 있겠나

13일 법무부는 검사장급 검사 39명에 대한 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교체됐고,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1~4차장검사도 전원 물갈이됐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참모진도 대거 바뀌었다. 빈자리는 모두 '친윤' 검사 일색으로 채워졌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된 사람은 이창수 전주지검장이다. 이 검사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총장의 입'인 대검 대변인을 맡았고,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징계에 맞섰던 '친윤' 검사다. 성남지청장 시절엔 이재명 대표의 성남 FC 후원금 의혹을 맡았고, 지난해 승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 수사를 지휘했다. 전주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가는 보직 경로가 아니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번 인사는 명백한 '측근 전진배치'로 보인다.

총선 이후 전담팀을 꾸리고 김 여사 수사 의지를 보였던 송경호 현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발령났다. 형식상 승진이지만 사실상 좌천이라는 게 검찰 내부의 평가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하던 김창진 1차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다루던 고형곤도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밀려났다. 모두 수사와는 거리가 있는 보직이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이번 인사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원주를 찾았던 이 검찰총장은 인사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총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고, 총장의 참모진도 모두 갈아치웠으니 뭐라 할 말도 없었을 것이다. 검찰총장을 '패싱'한 이번 인사를 주도한 사람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이라는 분석이 많다. 결국 대통령의 속내는 김 여사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일 테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이원석 검찰총장이나 송경호 현 서울중앙지검장 등은 모두 '대통령의 사람'이었다. 이들을 배제하고 '새로운' 친윤 검사를 배치한다고 해서 대세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다. 조직이기주의가 강한 검찰의 습성을 감안하면 검찰이 이미 힘이 빠진 정권에 충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설령 새로 임명된 검찰 지휘부가 김 여사 수사를 '뭉갠'다고 하더라도 특검을 피할 수는 없다. 검찰의 소극적인 태도는 특검의 정당성에 더 힘을 부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가진 인사권으로 검찰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총선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민은 이미 윤 대통령을 심판했다. 지금처럼 윤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사용한다면 몰락의 속도만 빨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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