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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 오른 최저임금 심의, 사회적 압력 필요하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첫 회의가 21일로 잡혔다. 이에 앞서 12일 공익·근로자·사용자위원 각 9명씩 총 27명의 심의위원 명단이 확정됐다.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되면 이번에도 여러 가지 쟁점이 나올 것이다. 노동조합도 없고 저임금 사업장에 종사하는 500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심의는 사실상의 임금 교섭이다.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1천만명에 육박한다고 알려져 있다. 인상된 임금만큼 비용 압박을 받는 사용자들의 저항도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노사 양측은 물론 전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다.

노사 양측은 매년 ‘동결 : 두자릿수 인상’ 주장을 반복해왔다. 올해 심의과정에서는 팽팽한 줄다리기식 갈등 양상만 재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명분과 근거가 뚜렷하고 동결의 명분과 근거는 희박하기 때문이다. 사측의 관심은 시급 1만원대 진입 여부다. 다수의 매체에서 ‘최저임금1만원시대 진입’ 여부가 쟁점이라도 되는 듯 보도한다. 그러나 이는 왜곡된 쟁점이다. 최저임금 1만원은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에서 10년 넘게 주장해온 것이니 이미 쟁점이 되기에 부적합하다. 게다가 지난해 심의에서 역대 최저폭 인상률인 2.5%에 그쳤기 때문에 이번에 1.4% 미만 인상률만 아니라면 1만원대 진입은 상수다.

사측의 동결 주장에는 언제나 ‘한계에 몰린 자영업자와 중소영세상공인의 경영난’이 거론된다. 이들이 살아남아야 일자리도 만들어진다는 논리다. 다수의 자영업자와 중소영세상공인이 한계상황에 직면해있는 것은 일부 사실이지만, 이들 대부분이 재벌대기업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먹이사슬 안에 있는 현실이 무시돼선 안 된다. 납품단가와 수수료 등 재벌대기업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책임져야 하는 대책이 더 중요하다.

정부 측에서는 인건비 상승이 물가 인상을 재촉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삼중고'에 노동자 가구 생계비가 대폭 올라 정부 조사(통계청)에 따라도 2022년, 2023년 실질임금상승률이 사실상 0%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일부 연령대와 직종에서는 실질임금이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식대, 교통비 등이 임금에 포함되어 통상임금이 최저임금 미만으로 떨어지는 부작용도 늘고 있다.

이와 함께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지 않는 특수고용직·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등에게도 사회적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산업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비임금노동자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데, 이는 최저임금 지급 의무 등 노동관계법 적용을 회피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무늬만 사업자인 이들의 근로자성 판단을 확대하여 더 많은 노동자를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

최저임금은 매년 논란 끝에 표결로 결정됐다. 그래서 27명의 심의위원들의 구성이 중요하다. 전체 노동자를 대표하는 심의위원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함께 구성을 책임진다. 두 상급단체가 전체 노동자들의 이익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본 적은 없다. 사측 대표도 마찬가지다. 결국 최종 결정은 공익위원이 맡게 된다. 문제는 이번에 구성된 공익위원들이 경영계도 감히 말하지 못했던 주 69시간 노동 같은 황당한 주장을 펼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의와 결정이 회의장에서만 진행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명분과 논리에서는 노동자 대표들이 물러설 이유가 없다. 결국 22대 국회 민의를 반영한 야당의 지원을 받으면서 사회적 압력을 크게 형성해야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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