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총선 참패 이전이나 이후나 똑같은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 앞서 20분간 대국민 메시지를 낭독하고 이어진 기자들과의 문답은 예정을 넘겨 70분간 이어졌다.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에서 물가 등 민생문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주제를 다뤘지만 새로운 입장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2022년 8월의 취임 100일 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에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게 이날의 유일한 '뉴스'였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관심이 쏠렸던 김 여사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 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했지만 특검에 대해서는 "정치공세"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채 상병 특검에 대해서도 "장래가 구만리 같은 젊은 해병이 대민지원 작전 중 이렇게 순직한 것은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공수처 등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먼저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두 사건에 대해 특검이 필요하다는 건 총선에서 확인된 국민의 의사다. 윤 대통령은 이런저런 논리를 들어 변명했는데, 국민이 이런 주장을 모르고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대통령의 부인과 대통령 자신이 연루된 사건에서 수사 기관들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건 상식이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아무 거리낄 것이 없다면 스스로 나서서 특검을 자처할 일이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수사와 관련해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냐는 질문에 대해서 "무리한 구조 작전에 대해 장관을 질책한 바 있다"고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이러니 특검을 하자는 것이 아닌가.

경제정책에서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감세와 규제 완화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서는 수십 년 전 외국의 사례를 들면서 마치 나라가 곧 망할 것 같이 말했다. 이 법은 정부와 여야 합의로 장기간에 걸쳐 추진되어 온 제도다. 지금 와서 무슨 새로운 반대 근거가 있는 양 말하는 건 국민을 속이는 짓이다. "고칠 것은 고치고 지킬 것은 지키겠다"고 했지만 고치겠다는 '무엇'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번 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변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확실히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궁한 처지가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 그저 회견을 열어 '소통'을 개선하면 된다는 얄팍한 계산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궁지에 처하면 변해야 하고, 변해야 문제를 풀어 오래갈 수 있다고 했다. 뒤집어 보면 궁지에 처해도 변하지 않으면 끝내 오래갈 수 없다는 이야기다. 총선 참패 이전이나 이후나 바뀌는 것이 없다면 이 정권이 오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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