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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발 주한미군 철수론, 우리가 호들갑 떨 이유가 뭔가

11월의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에서 주한미군의 주둔비 인상에 대해 군불을 때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그들(한국)은 매우 부자 나라가 됐다"면서 "나는 한국에 돈을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과의 분담금 협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내놓았다.

타임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답변에 대해 한국이 북한 방어를 위해 더 많이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트럼프가 직접 주한미군의 철수를 거론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인터뷰가 파문을 일으키면서 트럼프 캠프의 핵심 관계자가 직접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인터뷰도 나왔다. 연합뉴스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부차관보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는데, 콜비는 이 인터뷰에서 "미국의 주된 문제가 아닌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한반도에 미군을 인질로 붙잡아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콜비가 트럼프 캠프의 공식 입장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주둔비 인상을 최소값으로 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최대값으로 보는 정책 패키지가 검토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주한미군 문제는 한국 정치·외교에서 하나의 성역처럼 간주되어 왔다. 모든 문제에서 첨예하게 갈등해 온 여당과 야당도 이 문제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해 한국을 상대로 이 문제를 제기하면 한국의 정치권이 일제히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사정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이는 트럼프 측의 전략이 그대로 관철될 수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심지어 전시작전권을 행사하는 건 완전한 비정상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거액의 분담금을 내는 것도 마찬가지로 정상이 아니다. 언제가 되었건 우리가 작전권을 회수하고, 우리 영토에 주둔한 외국군이 철수해야 하는 것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이루어질 일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측의 엄포에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다. 주둔비 문제나 감군 혹은 철군, 작전권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우리 자체의 계획을 준비하고 이에 기초해 협상하면 될 일이라는 의미다.

공포는 모르는 일, 생각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반응이다. 미군 없는 한국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으니 트럼프의 허풍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건 트럼프발 주한미군 철수론에 허둥지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보의 새로운 틀을 구상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현재의 주한미군 주둔이 '비정상'이라는 분명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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