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규모 주택통계 오류,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국토교통부의 주택공급 통계에서 대규모 오류가 발견됐다. 지난달 30일 국토부는 주택 공급 데이터베이스 체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누락이 발견됐다며 지난해 주택공급 실적을 정정했다. 누락 규모가 자그마치 19만여 채다. 이런 식의 통계 오류는 국가 통계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지난해 인허가 실적은 38만9853 가구로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42만8744 가구였다. 착공 실적은 20만9351가구로 발표됐지만 이보다 3만2837가구 많은 24만2018 가구였다. 준공 실적은 특히 차이가 컸는데 31만6415 가구에서 43만6055가구로 12만 가구 가까이 차이가 났다. 전체 누락 물량을 합치면 그 차이가 무려 19만2330 가구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별일 아니라는 태도다. 주택공급 통계에 누락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오류를 고려해도 지난해 주택공급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 자체는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하지만 ‘정책 방향에 전혀 영향이 없다’는 국토부의 설명은 변명도 되지 못한다. 준공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보다 23.5% 줄어든 것으로 발표했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5.4% 늘어난 것이니 방향마저 모두 마찬가지인 것도 아니다.

일단 이번 사태는 국가 통계에 대한 신뢰를 허물었다. 통계의 핵심은 신뢰이고, 그 정확성이 의심받는 순간 그 가치는 사라진다. 이제 정부가 어떤 분야의 어떤 통계를 내놓든 그 숫자가 맞지 않을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주택 공급량 통계는 단순히 공급이 줄었나 늘었나 둘 중 하나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공급 확대냐 축소냐 하는 정책 결정만을 위해 작성하는 것도 아니다. 줄었으면 얼마나 줄었는지, 인허가, 착공, 준공 각 단계에서 어디가 얼마나 늘거나 줄었는지 모든 지표가 중요한 정보다. 이 모든 주택통계의 가치를 무시하고 단순히 정책 방향 결정에 영향이 없었다고 말하는 국토부의 변명은 구차하다.

주택 통계는 주택 시장에 영향을 준다. 누군가는 그 통계를 보고 생각보다 공급량이 더 적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물량 부족을 예측했을 수 있다. 통계 누락이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내보낸 잘못된 시그널이 사람들의 경제적 행동에 영향을 미쳤는데 정부는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아무런 말이 없다.

국토부가 데이터베이스 이상을 감지한 것은 정부 설명으로도 올해 1월 말이다. 그 즉시 이상한 점을 발견해서 확인 중에 있다고 밝히기라도 했다면 적어도 공개 시점에 대한 의혹은 생기지 않았을 터이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총선 끝날 때까지 아무 말도 없다가 이제서야 공개한 시점이 너무나 공교롭다.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정도의 해명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신뢰를 잃기는 쉬워도 한 번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이번 일의 책임 소재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밝히고 다른 통계에서는 오류가 없는지도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