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쇄신 알맹이 빠진 국민의힘 내분

유승민 전 의원은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총선 직전 당의 수원 출마 요청을 수락했으나 윤석열 대통령 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거부로 출마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선거 패배가 확실시되자 제기된 유승민 중용론을 한 위원장이 일축한 것이나 2년 전 지방선거에서 지지율이 더 높은 유 전 의원 대신 김은혜 후보를 윤 대통령 측이 노골적으로 지원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사실에 부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심과 멀어진 채 편 가르만 하다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집권당 초유의 참패를 당했다. 그러나 3주가 지나도록 성찰의 움직임조차 없다.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선거를 막후에서 지휘한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로 유력한 실정이다. 이 의원이 불출마한다고 해도, 원내대표 하마평이 나오는 다른 인물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친윤-비윤, 찐윤-친한으로 당내 연줄만 다르지 정치적 행보와 입장은 비슷하다. 국민의힘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의석과 여론을 등에 업은 야당에게 4년 내내 주도권을 내줄 것이다. 당내에서도 영남지역당, 고령층당으로는 전도가 암울하다는 비관이 나온다.

압도적 심판을 받은 국민의힘이 거듭나려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확히는 윤 대통령에게 정권심판의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고, 당부터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미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을 통해 국정기조 전환과 민생경제 회복 모두 완강한 입장을 밝혔다. 민생회복지원금은 물론 R&D예산 회복을 위한 추경예산 편성마저 거부했다. 의료대란 해법도 내놓지 않았고, 연금개혁 역시 다음 국회로 넘기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 분야는 정부가 하지 않겠다면 국회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다.

적어도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전향적 입장을 내야 한다. 전세사기특별법에 협조하고, 정권비판 언론에 대한 탄압을 막기 위한 노력에도 동참해야 한다. 이 정도가 국민의힘이 총선 민의를 수용하는 최소한의 조치다. 다행히 여야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에 국민의힘이 전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너무 늦었고,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금 국민의힘에 중요한 일은 비슷한 인사 중 누가 대표와 원내대표가 되는가를 두고 눈치싸움 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정치를 바로잡는 것이다. 당을 책임지려는 인사라면 당연히 왜 국민에게 심판받았는지, 윤석열 정부의 여당으로서 국정기조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정부여당의 갈 길을 두고 의견이 다르다면 국민 앞에 내놓고 토론해야 한다. 이런 알맹이가 없는 내분과 갈등은 그저 권력다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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