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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이없는 삼성, 임원들의 주 6일 노동이 위기 타개책인가

삼성그룹이 지난주부터 주요 계열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주 6일 노동에 돌입했다. 최근 국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그런데 국내 최대의 기업 삼성에서 아직도 이런 발상이 나온다는 자체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창의성이 기업 경영의 핵심으로 떠 오른 시대에 임원들의 노동시간을 늘리면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믿는 사고 자체가 전근대적이다.

삼성 주위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임원들의 기강을 잡기 위해 이런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기업이 군대도 아니고, 이런 집합 문화로 기강을 잡아야 한다면 그 조직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

삼성의 위기는 임원들의 노동시간이 짧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 관련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의 수요가 최근 폭증했지만 삼성전자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시장에서 뒤처졌다. 경영자의 시대를 읽는 능력이 뒤떨어졌다는 이야기다. 가장 큰 책임은 이재용 회장에게 있다.

오너 한 마디에 이랬다저랬다 하는 기업 문화도 문제다. 삼성전자는 2021년 실리콘밸리식의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목표로 새로운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개편안은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의 산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3년 만에 오너 한 마디에 삼성은 임원들이 토요일에도 줄줄이 출근을 하는 군대 문화로 복귀했다. 실리콘밸리 그 어느 기업도 대내외 환경이 나빠졌다고 임원들에게 주 6일 노동을 시키지 않는다.

임원이 토요일에 출근하면 밑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마음 편히 주말을 보낼 수 없다. 휴식하지 않는 뇌에서 창의성이 발현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괜히 애먼 임원들과 노동자들 군기나 잡을 생각 말고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자신의 경영능력부터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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