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하승수의 직격] ‘자승자박’ 국민의힘, 승자독식 고집할 텐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선거제도 개혁 논의 자체를 봉쇄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심지어 ‘비례대표 의원을 아예 없애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조경태 의원 등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실제로 그런 주장을 했었다. 지역구에서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만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자는 것이었다.

‘표의 등가성’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


이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은 ‘표의 등가성’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2020년 총선에 이어서 2번째로 위성정당을 창당한 것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선거제도에 대한 본인의 무지를 드러내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폄훼하기 바빴다. 민주당은 뒤늦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번에도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실질적으로 2020년 총선과 이번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로 치른 선거였다. 거대정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면, 과거의 병립형 선거제도로 선거를 치르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총선 결과는 어땠을까? 총선 결과는 국민의힘의 참패였다. ‘국민의힘’이 좋아했던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는 경기·인천에서 ‘국민의힘’이 전멸에 가까운 의석만을 차지하게 만들었다. 이것 역시 2020년 총선과 유사한 결과였다.

경기도가 대표적인 예인데, 경기도에 배정된 지역구 국회 의석 60석 중에서 민주당이 53석을 휩쓸었고, 국민의힘은 6석에 그쳤다.

민주당은 경기도의 지역구 선거에서 54.66%를 득표했는데, 의석은 83.33%에 달하는 53석을 얻은 것이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경기도 지역구 선거에서 42.82%를 득표했는데, 의석은 10%에 해당하는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인천에서도 민주당은 53.53%의 지역구 득표로 85.7%의 의석(14석중에 12석)을 차지했고, 국민의힘은 44.88%의 지역구 득표로 14.3%의 의석(14석중에 2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경기·인천에서는 ‘국민의힘’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일부 보수언론의 뒤늦은 국민의힘 비판


사실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의 패배는 예견된 것이었다. 그러자 총선을 앞두고 일부 보수언론 내부에서 국민의힘이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에 매달려 온 것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중앙일보의 김정하 논설위원은 2024년 3월 28일자 신문에 ‘보수정당의 소선거구제 집착, 자승자박됐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쳐 ⓒ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쳐

김정하 논설위원은 이 칼럼에서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 논의가 제기됐을 때 국민의힘 지도부는 줄곧 소선거구제 유지를 외쳤을 뿐, 중·대선거구제나 완전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은 진지하게 검토를 하지 않았다. 영남권 중심의 사고가 자승자박이 된 형국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그는 과거의 경과에 대해서도 올바르게 지적했다. 그는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 44조 3항엔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여 배분해야 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현재의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방식은 과다한 사표를 발생시키고 정당득표와 의석비율의 불일치로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결국 국민의힘은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려고만 하는 ‘어리석음’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했던 개헌에도 반대하고,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도 반대했다는 것이다.

총선 결과가 나온 후에도 몇몇 언론에서 이런 평가가 이어졌다. 그러나 대체로 득표율에 비해 국민의힘이 적은 의석을 차지했다는 식의 보도에 불과했다. ‘표의 등가성’을 개선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국민의힘‘이 반대해 왔던 행태에 대해 제대로 비판하는 보도는 부족했다.

이런 상태로라면, 국민의힘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영남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야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니 바꿀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선거제도야말로 최악이다. 특정 지역에서는 특정 정당이 영원할 것같은 ‘일당지배’를 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널뛰기 선거’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이익을 봤지만,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인천의 광역 지방의회에서 대패를 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시에 민주당은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41% 득표를 했지만, 32.1%의 의석(112석중 36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소선거구제 방식의 지역구 시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거 의석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민의힘이 3분의2 이상을 차지한 서울시의회에서 지난 2년간 여러 퇴행적 입법과 행태가 벌어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인천에서도 3분의 2 가까운 시의회 의석을 국민의힘에 넘겨줬었다.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도 이대로 치를 것인가?


기본적으로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에서는 적은 득표율 차이로도 큰 의석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특정 권역의 지역구에서 1등을 많이 한 정당이 의석을 거의 싹쓸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특정지역의 일당지배를 낳아 왔고, 수도권같은 지역에서는‘널뛰기 선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널뛰기 선거’라고 표현하는 것은 선거 때마다 어느 정당에게 유리하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서울 종로구 종로노인종합복지관 무악센터 무악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2024.04.10 ⓒ민중의소리

그래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하려면, 정당득표율에 비례해서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성의 원칙(표의 등가성 원칙)이 중요하다. 이 원칙이 지켜져야 민심이 선거결과에 제대로 반영되고, 정책을 중심에 둔 정치가 가능해진다.

1명을 뽑는 대통령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도 문제이긴 마찬가지이다. 0.73% 차이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에는,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지 않은 현행 대통령 선거제도가 큰 몫을 했다.

이런 나쁜 선거제도를 갖고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어느 순간에 나쁜 제도의 부메랑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그 부메랑을 맞았을 뿐이다.

그래서 정치개혁을 하려고 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는 지금도 여전히,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번 잡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정치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라고 라고까지 강조했던 것이다.

다가오는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제도는 다시 논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부디 민주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진정성 있게 계승하고, ‘자승자박’ 정당인 국민의힘이 자신이 스스로 쳐놓은 굴레에서 벗어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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