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와 의료계 모두 한 발 물러서야 한다

총선 참패 후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말을 아껴 오던 정부가 다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열고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완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총선 후 나온 정부 차원의 언급 중에서는 가장 분명한 표현이었다. 정부는 19일엔 한덕수 총리 주재로 중대본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중대본 회의가 열린다면 열흘 만이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의대 정원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개혁방안이 다시 힘을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선 의사들의 반발이다. 초강경 지도부가 들어선 의사협회는 물론이고, 그동안 중재에 노력해 왔던 의대 교수들도 지친 표정이다. 다음 주인 25일이면 의대 교수들이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된다. 민법에 따라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이다. 비록 사직서 제출이 정부 압박용 카드에 가까웠지만 실제로 현장을 떠나는 교수들이 나올 경우 혼란이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사태의 핵심인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집단 행동 양상이 바뀔 것이라는 기미는 어디에도 없다. 현장 상황이 좋아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국립대 총장들의 움직임도 정부 기대와는 다른 방향이다. 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충남대, 충북대, 제주대 등 6개 국립대 총장은 이날 "2025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의 경우 대학별로 자체 여건을 고려해 증원된 의과대학 정원의 50%에서 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기존에 신청했던 증원 규모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의대 교수진과 달리 정원 확대를 환영해왔던 대학 당국들의 태도가 바뀐 것이다.

정치권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지도부 부재 속에서 신속한 수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몇몇 의원들은 증원 유예나 단계적 추진을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은 중재에 나설 의사를 보이면서도 그 전제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에 손을 내밀 것 같지도 않다.

마주 보고 달려온 의정 갈등은 파국을 앞에 두고 있다. 이대로 사태가 이번 달을 넘기면 의대생들의 대거 유급과 전공의 의사면허 정지, 교수 사직 등은 피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이미 발생한 의료 공백과는 비교하기도 힘든 혼란이 닥쳐올 것이다. 이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한 발 물러서야 한다. 의정 간의 타협이 불가능하다면, 여야,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사회적 대화'라도 합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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