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총선 민심 받든다면 ‘윤-이 회담’ 수용해야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 결과가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났으나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에 대해 정부여당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탄핵 수준의 심판을 받은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로 유체이탈 어법을 선보였고, 대국민 사과를 비공개로 해 참모들이 브리핑으로 전하는 촌극도 연출했다. 여당 안에서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개탄이 쏟아진다.

잇따르는 대통령실 관계자발 비서실장, 총리 인사 보도 역시 진지한 성찰을 찾기는 어렵다. 지난 주말 원희룡, 권영세 등이 거론되면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혹평을 받더니 며칠 뒤엔 양정철, 박영선이 거론되며 야권 흔들기 논란이 벌어졌다. 아무리 하마평이 여론의 반응을 살펴보려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2~3일 사이 180도 다른 설이 용산에서 나오는 것은 윤 대통령이 민심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회피하는 것이라 판단된다.

이번 총선 결과는 간명하다. 정권 심판이다. 국정을 지난 2년처럼 운영하는 것을 국민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을 거슬러 불행을 자초한 대통령이 될 작정이 아니라면, 민심을 수용해 국정을 대전환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나는 옳다’에서 벗어나 ‘국민이 옳다’로 돌아서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사는 전환된 국정을 수행하기 위한 대통령의 수족을 고르는 문제다.

아직 윤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정기조를 바꾸려 한다는 실천이 아무것도 없다.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자신의 정당성을 강변했을 뿐이다. 그러니 인사설이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전 정권 죽이기와 야당 대표 죽이기로 허송세월한 2년의 기조를 그대로 둔 채 야권 인사 한두 명 빼온다고 국정쇄신과 국민통합이 될 리 만무하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야 한다. 이것이 가장 우선 과제다. 행정력을 총동원한 정부여당의 융단폭격에도 국민은 총선에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정권을 견제하고 국정을 바로잡으라는 역할을 부여했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총선 승복이요 국민 존중이다. 더욱이 외교안보, 경제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위기와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그간의 의지와 실력으로는 해결은 난망하다. 그렇다면 이 대표와 만나서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 듣고, 당장 수용할 것과 새로운 해법을 찾을 것을 진지하게 협의해야 한다. 회담 합의에 따라 국정 방향을 새로 잡고, 무능과 난맥을 보인 경제정책 등 행정 전반을 쇄신해야 한다. 이런 바탕에서 인적 쇄신이 이뤄져야 윤 대통령이 반성하고 국정을 바로잡으려 한다고 믿을 수 있다.

대통령실은 영수회담이라는 이름과 형식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2년 동안 자립력이 전혀 없는 것이 확인된, 지금 지도부도 갖추지 못한 여당을 억지춘향으로 끼울 일도 아니다. 이름이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회담, 즉 ‘윤이 회담’이면 족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안팎의 위기 속에 국가의 두 지도자가 만나 총선으로 드러난 민심을 어떻게 받들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흉금을 터놓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제 어떤 사사로운 핑계도 대선 안 된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