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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기조 옳았다’는 대통령, 국민이 틀렸다는 건가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총선 패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내가 옳았다’면서 국민이 변화를 느낄만큼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이 틀렸다는 것인가, 아니면 민심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윤 대통령은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할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는 모자랐다”고 평가했다. 발언 내내 “건전재정 지키고 과도한 재정 중독 해소”,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부동산 시장 정상화”, “공매도 금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 상향” 등을 정부 성과로 자화자찬했다.

대통령의 평가는 틀렸다. 2년 연속 대규모 재정수지 적자가 건전재정인가.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했다는데 ‘875원 대파 합리적’이라는 발언이 과연 그 총력의 결과인가. 부자들에게 혜택이 쏠린 부동산 규제완화와 주식관련 제도 변화를 성과라고 말하는 것인가. 재정확대를 촉구하는 야당을 향해 ‘경제적 포퓰리즘은 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대통령이 총선기간 전국을 돌며 ‘1천조’ 수준의 개발공약을 남발하는 건 무엇인가.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도 없는가.

국무회의 공개 모두발언 후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격분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자 대통령실 관계자가 나서 윤 대통령이 비공개 회의에서 “대통령부터 국민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고 전했다. 왜 사과를 비공개 회의에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옳은데, 국민이 알아주지 않았다’는 입장이니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 ‘직접’ 사과할 수는 없다는 것인가.

윤 대통령은 총선기간 진행했던 민생토론회를 지속하고 ‘윤석열식’ 노동·교육·연금·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정 방향은 옳다. 다만 운영 스타일, 소통 방식 이런 게 문제 있지 않느냐, 이게 다수 내지 절대다수 의견”이라고 말했다. 국정기조 변화를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여당이 기록적 참패를 한 총선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대통령을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총선에서 민의를 보여줘도 변화가 없다는 것은 국민들이 틀렸고, 국민들과 싸우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국민들도 ‘남은 3년’을 앉아서 기다리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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