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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의 지정학 산책] ‘불행한’ 공화국, 대한민국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가수 한대수가 유신시절 불렀던 이 노래를 전두환 시절을 살았던 우리 역시 즐겨 불렀다. 그렇게 언젠가 ‘행복의 나라’가 올 거라는 기대와 함께 말이다. 소위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는 대한민국, 이제 행복한가.

파리에 소재한 세계 3위의 시장조사기업 입소스Ipsos가 세계 약 30개국을 상대로 조사한 행복지수를 지난 3월 발표했다. 한국은 최하위다. 아니 조사한 30개국 중 말이다.

충격적인 것은 2011년 한국인의 71%가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했다가 13년 뒤인 지난 2024년 1월 단지 48%만이 그렇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자그마치 23%포인트나 추락했다. 더군다나 2023년 1월과 비교 1년 만에 9%포인트가 추가 하락했다. 조사대상국 중 2011년과 비교 -30%포인트를 기록했다가 다시 개선되어 2024년 59%가 행복하다고 답변한 튀르키예만이 한국보다 더 많이 하락했다.

조사기관인 입소스는 행복의 지표를 약 30개로 나눴다. 그래서 한국만을 놓고 이 지표의 순위를 보자. 먼저 자식에 대한 만족도 뒤에서 4위, 성생활 뒤에서 2위, 친구 뒤에서 3위, 배우자관계 뒤에서 1위, 부모 및 친지 뒤에서 2위, 사랑받는 감정 뒤에서 3위, 고마움을 느끼는 감정 뒤에서 3위.

웰빙 부문을 보자. 내 삶을 스스로 컨트롤한다는 감정 뒤에서 2위, 정신건강 뒤에서 3위, 신체건강 뒤에서 2위, 신체활동 뒤에서 7위, 개인적 안전 뒤에서 6위,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감정 뒤에서 4위, 자기 나라의 정치사회적 상태 뒤에서 3위, 자기 나라의 경제상태 뒤에서 4위, 자신의 재정 상태 뒤에서 3위, 자신이 접하는 뉴스와 정보 뒤에서 6위, (학교, 직장 등에서) 나의 모습 뒤에서 2위, 나의 생활조건 뒤에서 1위, 나의 재산 뒤에서 1위, 자연과의 교감 뒤에서 2위, 나의 직업 뒤에서 2위, 나의 직장 동료 뒤에서 2위, 여가시간의 양 뒤에서 4위, 여가활동 뒤에서 4위, 종교 또는 영적 삶 뒤에서 2위.

그래서 이 모두를 종합해 보니 헝가리와 48% 동률로 나란히 뒤에서 1위!

그렇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듯 사회관계의 30개 정도의 항목에 대한 만족도로 행복을 ‘측정’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항목에서 거의 모조리 최하위권을 석권한다는 것은 하나의 분명한 트렌드이자 경고로 읽혀야 한다.

입소스 나라별 행복지수(https: ⓒ입소스

입소스 연도별 행복지수(https: ⓒ입소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업인 에델만Edelman은 오래전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 언론 등에 대한 ‘신뢰지수Trust Barometer’를 조사해 발표한다. 이 회사가 전 세계 28개 나라를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글로벌 신뢰지수를 보자. 한국의 2023년 신뢰지수는 조사대상 28개국 중 꼴찌다. 세계 평균 55에 한참 모자라는 36포인트를 기록했다. 한국과 같은 최하위 군집에 속한 나라는 영국, 아르헨티나, 일본이 있다. 신뢰지수 최상위권에는 중국,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레이트, 인도, 사우디 등이 있다.

그런데 2024년 신뢰지수조사에서 한국은 7포인트가 상승했고, 그 결과 조사대상 28개국 중 최하위권에 순위변동이 발생했다. 영국이 최하위를 기록했고, 그다음 일본, 아르헨티나, 그다음 끝에서 4번째에 한국이 랭크되었다. 최상위권에는 중국, 인도, 아랍에미레이트, 인도네시아 그리고 사우디가 포진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번 행복지수 조사 기업은 중국이 조사대상 30개국 중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하자 2024년 조사에선 아예 중국을 삭제했다. 그렇게 서방은 중국이 행복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신뢰지수에서 중국이 최상위를 기록한 이번 조사에서 중국은 삭제되지 않았다.

그렇게 본다면 동아시아 나라 중 중국은 가장 행복하고, 가장 신뢰도가 높은 나라이다. 반면 한국은 가장 불행하고, 가장 신뢰도가 낮은 나라인 셈이다. 적어도 조사대상 나라만 놓고 보면 말이다.

에델만 나라별 신뢰지수(https: ⓒ에델만

2023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PEW에서 세계 17개국을 상대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한국에서는 ‘물질적 풍요(웰빙)’가 수위를 차지했다.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와 관련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위 입소스의 조사 결과와 맥락이 닿는다. 17개국 조사에서 한국은 가족, 친구, 직업, 사교보다 물질적 풍요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나라다. 그런데 30개국 조사에서는 가장 ‘불행한’ 나라라는 결과가 나왔다.

요컨대 글로벌 조사업체들이 조사한 결과만 놓고 보면 한국은 가장 불행한, 불신사회다. 다이내믹 코리아의 민낯이 이런 거란 말이다. 한국 사회는 병든 사회다. 그리고 그 병명이 무언지, 왜 병에 걸렸는지, 얼마나 아픈 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 무너져 내리는 그런 아픈 사회다. 진즉 나는 한국이 세상에서 가장 빨리 선진국에 진입해, 가장 빨리 늙어(고령화), 가장 빨리 소멸할 나라(저출생)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제 여기에 무언가를 더해야겠다. 가장 많이 ‘불로소득에 환장했고’, 가장 ‘불행해진’ 나라라고 말이다.

‘행복의 나라’는 고사하고 자식들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주게 되어 그저 미안하고 참담할 뿐이다.

퓨리서치센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설문조사(2023년, 출처https: ⓒ퓨리서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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