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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채상병 특검’ 합의 처리는 국정쇄신의 출발점

집권 여당의 기록적인 참패로 끝난 4·10총선의 후폭풍이 한 주째 이어지고 있다. 여권에서도 국정 쇄신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다음날 비서실장을 통해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했지만 행동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통령실과 내각의 교체 움직임도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해 공전 중이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에 속하는 일들을 해 나가는 것은 그 자체로 할 일이다. 그러나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받드는 것이라면 그 첫 출발은 명확하다. '채상병 특검'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일이다. 수해복구 과정에서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의 진상 규명과 수사 방해 외압을 밝히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는 건 이미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다. 여야 합의가 있다면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처리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채모 상병이 순직한 이후 정권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난맥을 보여왔다. 정상적인 사건 수사를 진행해 왔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도리어 피의자가 되어 기소됐고, 임성근 전 사단장은 복귀해 이번 달 말 군 인사에서 승진될 수도 있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호주 대사로 임명되어 '도피' 논란을 빚다가 결국 사퇴했다.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여당의 단수 공천을 받았고 임 전 차장은 결국 배지를 달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연루되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특검이 아니고서는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여권 내에서도 특검을 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나온다. 안철수, 조경태 의원과 김재섭, 한지아 당선자 등은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해법은 나와 있는 셈이다. 여야가 합의해 법안을 처리하면 된다. 여당이 법안을 합의처리하면 윤 대통령이 설사 법안에 불만이 있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하는 건 여당과 대통령실이 국민의 뜻을 '받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출발이 될 것이다.

15일 열린 해병대 창설 75주년 기념행사에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해병대의 가슴에 새긴 빨간 명찰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랑이고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진실이려면 김 사령관은 물론이고,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관련자들이 진실 앞에 고개를 숙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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