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명암 엇갈린 진보정당들

10일 치러진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진보정당들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진보정치를 대표해 온 녹색정의당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에서 모두 당선자를 내지 못했고, 진보당도 울산 북구에서 윤종오 당선자를 배출하는 데 그쳤다. 기대를 모았던 부산 연제구의 노정현 후보와 전북 전주을의 강성희 후보는 거대 정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다만 진보당이 민주당과 함께 만든 야권비례연합 정당에서 두 명의 당선자가 복귀하면 진보당의 의석수는 3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결과는 민주노동당이 최초의 원내진입과 함께 10석의 당선자를 낸 2004년 선거나 통합진보당이 13석의 당선자를 낸 2012년 선거에 미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4년 전 선거에서 정의당이 얻은 6석의 의석에도 못 미친다. 총선에서 범야권과 진보정당의 성적은 동조적 경향을 보여왔는데,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크게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정치세력은 의석수를 확대하지 못했다. 외부적 상황 이전에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녹색정의당이 원내 진입에 실패한 것은 지난 4년간 보여준 의정활동의 결과일 것이다. 녹색정의당의 전신인 정의당은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에서 우여곡절을 빚어왔다. 어떨 때는 '민주당의 2중대'로 불렸고, 또 다른 시기에는 민주당과 과도하게 대립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녹색정의당은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놓고 혼선을 빚었다. 보다 본질적으로 녹색정의당은 자신의 계급적, 지역적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마이크'의 성량이 작은 진보정당이 특정 정책에 대한 캠페인만으로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총선이 진보정치의 좌절만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울산 북구에서는 노동자들의 지지 위에서 재선 의원이 나왔고, 낙선한 진보당의 후보들은 꾸준한 지역활동을 통해 의미있는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현장에서부터 정치 역량을 쌓아올리는 건 거대 양당과 다른 진보정당의 고유한 활동방식이다. 이를 재확인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정당들의 전면적 연합은 성사되지 못했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진보정치의 잠재적 우군들을 하나의 정치적 힘으로 결집시키자면 진보정당들 사이에 합작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필요성이 사라지는 건 아닐 것이다.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일은 늘 있는 일이다. 다시 아래로 들어가 노동자 민중속에 뿌리 내리고, 포용적 태도로 진보세력간의 연대를 실현한다면 국민은 언제든 진보정치에 마음을 열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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