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동훈 아들 학폭 의혹제기에 대한 고발, 또 다른 ‘입틀막’

‘서울 강남의 D중학교에서 고위공직자의 자녀 학교폭력 은폐‧축소 처리 의혹이 있다’는 제보에 대해 사실관계를 취재해왔던 본지 기자를 상대로 국민의힘이 아동학대라며 고발했다. 관련 의혹 보도자료를 배포한 국회 교육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과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취소한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에 대해서는 허위사실공표라며 고발했다. 이들은 이 의혹이 선거를 앞둔 야당의 정치공작이고 ‘친야 매체’ 기자와 야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퉈야 할 사실관계 이전에 검찰출신들이 정부요직을 장악한 나라에서 여당의 고발장은 공포감을 조성시키기에 충분하다. 또 다른 입틀막 사건이다.

강남 D중학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이고 학교폭력 가해자에 아들이 포함되었다는 의혹 자체는, 역설적으로 국민의힘의 고발 기자회견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의 아들이 학폭에 연루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앞서 본지의 취재와 강민정 의원의 보도자료에서 언급된 사건이 한 위원장 아들을 지목한 것이라고 ‘공표’하는 과감한 모습을 취했다. 상대방의 공격이 예상되니 먼저 선공을 취하겠다는 저급한 싸움의 기술이다.

물론 이 사건은 학교폭력 은폐‧축소 처리의혹이라고 칭할 만큼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된 사안은 아니다. 사실과 의혹이 섞여 있는 상태라고 해야 맞다. 강민정 의원이 교육부와 경찰청의 자료를 넘겨받아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실로 확인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2023년 5월 24일 D중학교에 여학생 1명을 상대로 한 남학생 5명의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당일 경찰이 학교에 출동했다는 사실, 둘째 다음날인 25일 어떤 이유에서인지 확인되지는 않지만 신고자인 피해자 학부모가 오인신고라며 철회했다는 사실, 셋째 학교측이 기본적인 학교폭력 사안조사 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한 위원장이 발끈한 것은 학교폭력 발생 여부이거나 학교측의 석연찮은 태도가 아니다. ‘내 아들은 이 사건과 관련 없다’거나 ‘내 아내는 이 사건 관련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이건 그냥 정말 쌍팔년도나 쓰던 협잡 정치질”이라면서 “그냥 보고 넘어가지 않을 것이고 관련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상하리만치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보면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몇 가지 답변으로 충분히 해결될 일이었다. 상대후보와 언론사들이 제기하는 수많은 의혹에 대해 모든 공직후보들은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사실이 아닌지 매일 매일 정성스럽게 해명한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모든 것을 정치협잡이라고 규정하며 취재기자들까지 고발하도록 사주했다. 일단 입부터 틀어막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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