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날씨 뉴스까지 문제 삼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위)가 4일 회의를 열고 날씨 뉴스를 전하면서 파란색 숫자 그래픽 '1'을 사용한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선방위 결정은 '문제없음'부터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으로 구분된다. 법정 제재부터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돼 중징계로 인식된다. '1'에 내려진 징계는 꽤나 높은 수위다.

MBC는 지난 2월 27일 당일 미세먼지 농도가 '1'(1㎍/㎥)이었다고 전하면서 이 그래픽을 활용했는데 마침 파란색이었다. 이를 본 국민의힘은 "해당 화면이 더불어민주당을 연상시킨다"며 방통위에 제소했다. 징계에 찬성한 심의위원들은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선거 국면에서는 선거 당사자가 기준이 돼야 한다"며 "순수한 날씨 정보였다면 1 옆에 미세먼지 농도라고 자막을 달든지 단위를 표시했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날씨 보도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연상한 국민이 얼마나 많은지는 알 수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이야 선거에 온통 정신이 팔려있으니 길거리에서 '1' 혹은 '2'를 보면 자동으로 선거기호가 연상되겠지만, 평범한 국민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설령 그런 연상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선거 여론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볼 아무런 인과가 없다. 국민의힘이 제소하고 선방위가 신속 안건으로 처리하는 것이 도리어 어색하다고 볼 사람이 많을 것이다.

2020년 총선 당시 한 홈쇼핑에서는 '2'가 강조된 팻말을 들고 "깨끗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를 외쳤다. 이름이 같은 휴지를 판매하는 방송이었다. 촬영이 이루어진 스튜디오는 선거운동 차량과 비슷하게 꾸며졌고, 팻말을 흔드는 이들은 모두 빨간색 유니폼을 입었다. 심지어 이 홈쇼핑의 대표는 보수적 색채가 매우 강한 언론 출신이었다. 그런데도 당시 선방위는 법정 제재 대신 '권고'를 결정했다.

언론에 대한 심의와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 지금 선방위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입틀막'의 도구가 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금처럼 날씨 뉴스까지 문제삼는 건 역풍만 낳기 마련이다. 집권세력에게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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