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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보편적인 시대의 노래, 옥상달빛 [40]

옥상달빛 정규 3집 '40'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

때로 히트곡은 족쇄가 되기도 한다. 그동안 옥상달빛이 내놓은 노래가 ‘수고했어 오늘도’와 ‘하드코어 인생아’만이 아니며, 섬세하고 아름다운 곡이 많음에도 사람들은 그 노래가 옥상달빛의 전부라고 여긴다. 물론 히트곡은 음악가가 계속 활동할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라는 점에서 당사자에게는 한없이 고마울 곡이겠지만, 음악가의 세계를 확장하지 못하게 가로막거나 그가 만든 다른 세계로 건너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올해 3월 15일 발표한 옥상달빛의 정규 3집 [40]에서도 음반의 전반부만 주목할까봐 마음이 쓰인다. 40살이 되었다고 웃으며 이야기 하는 옥상달빛은 여전히 밝고 코믹하다고 여길 테다. 타이틀 곡 ‘다이빙’의 “부질없이 또 넘어져도 / 마음껏 행복해지자 매일 조금씩 /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어 / 너를 믿어 꼭 우린 할 수 있어”라고 노래할 때, 옥상달빛은 늘 하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팀이라고 단정해버리지 않을까. 이어지는 곡 ‘드웨인존슨’에서도 “이제는 내가 만들어 돈이든 명예든 / You'll be fine / 강해질 거야 / Fine 포기는 없어 / 또 다른 시작의 액션 / Just fine / 지금이야 달려 (큐)”라고 노래하기 때문에 옥상달빛은 위로와 응원의 아이콘이라는 이미지로만 향유될지 모른다. 지금처럼 음반으로 음악을 듣지 않고 타이틀곡만 듣는 세상에서는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옥상달빛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

그럼에도 옥상달빛이 위로와 응원만 반복하는 음악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수록곡 ‘서른’은 “사랑도 무엇도 어떤 것도 내겐 / 멋지게 해내지 못한 날 / 저기 멀리 부는 바람 / 나도 실려 떠나버리고 싶어져 / 돌아오고 싶진 않아”라고 노래한다. ‘광고’에서 “난 괜찮아요 아무 일 없죠 / 별일 아닌 듯 / 광고하는 사람들을 보면 생각해 / 괜찮지 않구나 / 외로운 마음의 광고 / 쉼 없는 마음의 신호 /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걸 / 아는 나이가 된 걸까”라고 이야기할 때 옥상달빛의 차이는 선명해진다. 모두가 불안한 시대, 옥상달빛은 내면의 불안과 실패를 노래하는 수많은 음악인들 중 하나가 아니다. 옥상달빛은 사랑에 국한된 노래를 삶 전체로 되돌리는 음악인이다. 자신의 불안과 실패에만 전전긍긍하는 음악인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두려움과 상처까지 살피는 음악인이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욕망은 무한증식하며,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시대에는 모두가 두렵고 불안하다. 자신이 오른 사다리를 끊어버리고, 로또라도 사지 못해 안달한다. 한 번 쥔 지위의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하는 이유다.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을 먹는 사람은 계속 늘어가지 않나. 계급/세대/젠더/지역의 갈등과 불평등이 계속 커지는 사회에서는 음악인 역시 불안하다. 음악에도 불안이 스며든다.

그런데 옥상달빛은 자신의 불안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자신만 주목해 달라 요구하지 않는다. 다른 이들의 불안을 향해 눈길을 돌린다. 옥상달빛이 특별한 이유다. 세상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고 삶을 소중하게 지켜가는 마음으로 다른 이들과 공감하는 태도는 예술가가 항상 견지해야 할 자세다. 자신을 드러내 타인의 애정과 관심을 얻어내기 급급한 세상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물론 옥상달빛의 음악 또한 컨셉트나 마케팅에서 자유롭지 못하겠지만, “너도 조금은 흔들리고 있다면 / 니가 살아있다는 이유일 거야”라고 이야기 하는 마음은 사려 깊고 따뜻하다.

옥상달빛 (Okdal) 정규 3집 '40' FULL ALBUM

정답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기댈 수 있는 음악이라는 얘기를 할 생각은 없다. “일그러진 웃음과 어색한 농담도 / 모두 알 것 같아도 모른척해 줄래 / 오늘은 정말 아무도 / 몰랐으면 좋겠어”라고 쓴 노랫말은 모두의 마음 같다. “내가 봐도 나 답 없는 모습뿐인데 / 이제 나 어떡해 / 왜 이럴까 이런 나 / 이해할 수 있을까 / 걱정하지 마 / 조금은 특별한 거라고 말할게 / 단지 I'm Special Idiot”라는 노랫말로 자조적인 모습조차 안아주는 목소리는 다정한 상담처럼 마음을 기대게 한다. 옥상달빛의 노래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불안이 팽배하고, 위로가 갈급한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이 얼마나 버티려 애쓰는지 보여주는 신호다. 그들에게 보내는 응답이다.

장르로는 어쿠스틱 팝에 가까운 옥상달빛의 노래는 포크의 태도와 정신을 품고 있다.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의 현장을 품거나 전복적인 에너지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김민기를 존경한다 말하고 달콤한 사랑노래만 부르는 이들보다 옥상달빛의 노래가 더 진실하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무리하거나 욕심내지 않는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김윤주와 박세진은 노랫말을 잘 써내는 음악인 그 이상이다. 팝의 본령에 충실한 작곡은 어떤 노래든 자연스럽게 다가가게 하고, 금세 빠져들게 한다. 잘 쓴 노래, 보편적인 시대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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