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권에서 ‘부정선거’ 음모론 완전히 몰아내는 계기 되어야

총선 투표소에 몰래 침입해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40대 유튜버 A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이 유튜버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카메라를 설치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사전투표 인원을 점검해보고 싶었다. 사전투표가 본투표와 차이가 크게 나서 의심스러웠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까지 서울·부산·인천·경남·대구·경기 등 전국 각지 4·10 총선 사전투표소 등 총 40여곳에 몰래 침입해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계속 제기했고, 지난 대선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유사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설치한 카메라 영상 속 투표 인원이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인원과 차이가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과학적으로 아무런 담보가 없는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 놓고 이를 근거로 선거 결과를 불신한 셈이다.

문제는 A씨의 주장이 개인의 착각 수준을 넘는다는 데 있다.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 이후 보수층의 부정선거 음모론은 상당한 세를 얻었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2020년 총선에서 떨어지자 "'성명 불상 특정인'이 투표 단계에서 사전투표 수를 부풀린 뒤 위조된 투표지를 투입했다", "투표지 분류기와 서버 등을 통해 개표 결과를 조작하고, 당일 투표지를 위조해 기존 투표지와 바꿔 넣었다"는 기상천외한 주장을 펼치면서 대법원에 선거무효 소송을 내기도 했다. 대법원은 물론 이를 기각했다.

현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 유사한 음모론은 꽤 널리 퍼져있다. 이런 음모론 탓에 여권 지지층이 사전투표에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28일 홍석준 국민의힘 선대위 종합상황실 부실장은 "지지자들 중에서는 아직까지도 문제 제기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 해서 사전투표 독려까지는 현재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곧바로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여당 내에 이런 식의 사고가 아직도 상당함을 보여준 대목이다.

보수층의 부정선거 음모론은 간단히 말해 "내가 지지했는데 왜 낙선하느냐"는 수준의 인식에 불과하다. 이런 수준 낮은 음모론이 힘을 얻어 사전투표를 독려하지 못할 정도라면 한심하다는 말밖에 할 게 없다. 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유튜버의 구속이 여권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완전히 몰아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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