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녹색전환을 한다고요?] 에너지전환의 진정한 도전은 ‘주민참여’다

총선 기후공약, 에너지전환이 중심이라고?

4월 10일로 예정된 22대 총선은 정책경쟁이 실종된 가운데, 기후공약이 그나마 주목을 끌고 있다. 원내정당 모두가 기후공약을 10대 공약에 포함했다는 것이 그 단적인 증거인데, 그 가운데에서도 에너지전환이 모든 정당에서 우선순위가 높았다. 기후위기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의 80퍼센트 가량이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 과다 사용 때문이니 당연한 결과다.

철강, 시멘트, 비료 등 탄소 집약적 산업공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현실적 방안이 마땅치 않은 것과 달리, 에너지전환은 태양광과 풍력이라는 아주 분명하고 현실적이 대안이 있다. 물론 한국에서는 어처구니없게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핵발전을 과하게 대안으로 집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조차 ‘원전, 재생에너지를 균형적으로 확충’을 공약으로 내걸 만큼 재생에너지 체제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보수와 진보를 통틀어 에너지 부문에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일치된 합의가 존재하는 것이고, 예외 없이 모두 재생에너지 전환을 기후대응의 중점 해법으로 공약한 것이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의 첫 분기점인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어느 정도 규모로, 누가, 어디에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각각이다. 공약에서 설치규모를 보면, 국민의힘은 목표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내건 21퍼센트로 보면 될 것이다. 민주당은 현재 재생에너지의 3배라는 지난해 말 국제사회 약속을 공약에 인용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30퍼센트와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현재는 정의당이 목표로 명시한 50퍼센트가 가장 높다. 다음으로 이 목표 달성을 민간투자에 의지할지 공공재원을 조달할지는 다소 불투명하지만 정당마다 차이가 있으며, 어디에 설치할지에 대한 공약은 일부 영농형 태양광 등이 언급되지만 여전히 애매하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pixabay

에너지전환의 장애물, 대부분 해결되었다

정당들 사이에서 에너지전환의 강도나 속도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전환을 위해 넘어야 할 도전과제들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일정한 온도차가 있기 때문이다. 주요 도전과제들에는 기술, 자본, 비용, 토지, 지역주민 동의가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재생에너지의 핵심이라고 할 태양전지, 풍력터빈, 배터리 분야에서 존재하던 기술 문제는 거의 해결되었다는 것이 국제에너지기구(IEA)나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판단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재생에너지 기술의 놀라운 혁신 덕분에 석탄화력발전이나 다른 에너지에 비해 비용 대비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좋아졌고 경제적으로 우수한 대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자본인데, 기후위기 안전 경계선인 지구평균온도 1.5°C 이하로 온난화를 막으려면 대체로 전 세계 GDP의 2~6퍼센트 투자가 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략 한국 GDP 규모보다 조금 많은 2조 달러 이상이다. 블랙록이나 뱅가드 같은 유력 사모펀드 그룹이 주도하는 ESG펀드만 해도 수십조 달러가 되는 판국에 민간투자 자금이 부족할 리가 없다. 문제는 아직 화석연료 투자에 비해 ‘수익성이 적다’는 이유로 ESG펀드조차 전면적인 투자를 꺼린다는 점이다. 요점은 각 국가가 공공재원을 얼마나 동원할 것인지에 있는데, 기후위기를 비상사태와 국가안보 문제로 인지한다면 GDP의 2퍼센트를 동원하지 못할 국가는 사실 없다. 공공재원 투자는 정확히 ‘정치적 의지’문제다.

설령 재생에너지로 에너지를 생산해도 전기요금 인상 등 소비 쪽에서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하지만 이 점도 상황이 바뀌었다. 오히려 지금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을 때 에너지 비용 변동이 심하고,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같은 지정학적 요인으로 갑자기 에너지 비용이 급등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수록 에너지 비용은 예측 가능하고 안정되는 경향이 있다.

넷째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서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거론되는 이슈가 공간이다. 태양광과 풍력타워를 설치할 적당한 공간과 부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슈 역시 사실은 다양하게 반박되었다. 예를 들어, IEA는 “가장 비관적으로 필요 토지 규모를 계산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가용 토지의 최대 2.5퍼센트면 충분하므로, 토지 가용성이 재생에너지 보급의 장애물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적시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의 진정한 도전과제는 ‘주민참여’

결국 에너지전환의 장애물로 여기던 기술이나 자본, 비용과 토지 등은 더이상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그런데 정작 중대한 이슈는 따로 있다. 바로 ‘주민 수용성’이라는 애매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슈다. 아파트 건물, 농촌이나 산지, 바다를 포함해서 태양광과 풍력이 설치되고 전력망이 지나가는 지역주민의 동의 여부 말이다. 주민들이 반대해서 태양광과 풍력 설치가 좌절되고 송전망이 건설이 중단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총선 공약 중 에너지전환에서의 ‘이익공유제’가 유독 눈에 띈다. 국민의힘은 “해상풍력 계획입지 및 인허가를 간소화하고, 주민 피해보상, 이익공유 기준 마련”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도 “농업인, 주민에게 햇빛, 바람, 바이오 연금 지급”을 공약하여 ‘연금’이라는 이름의 이익공유를 제시했다. 이는 이미 제주와 신안 등에서 시행되는 모델을 확대하거나 협동조합형 참여모델을 염두해 둔 것이다.

하지만 이익공유제가 미흡한 지역주민 ‘보상’을 다소 보완하는 수준에서 금전적인 ‘이익’을 보태는데 치중하는 경향도 있다.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대규모 전환은, 현대문명의 근간인 에너지 체제를 태양과 바람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시민들 삶의 공간을 대규모로 재조정하는 과정이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800~900만개 전봇대 보다 더 흔하게 재생에너지를 설치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연하게도 일부 사기업이나 중앙정부의 사업적 기술적 고려만으로 현지 주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태양광이나 풍력타워, 전력 그리드 신설을 밀어부칠 일이 아니다. 주민들의 반발을 약간의 금전적 보상으로 무마할 일도 당연히 아니다. 여기에는 더 근본적인 ‘주민참여’라는 민주적 과정이 필요하다. 주민참여의 핵심은 해당 지역에서의 재생에너지를 설치하는 전반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부터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다.

해상 풍력발전 ⓒpixabay

‘태양과 바람’이라는 자연 에너지는 당연하게 지역 커뮤니티가 일차적 이해관계를 갖는 공유자원이라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해당 지역의 생태적 여건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신규 설치하는 최적의 방안은 사실 주민들이 가장 잘 알 것이고, 발전 시설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도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의사결정 참여가 제대로 이뤄진 다음에 충분한 규모로 주민이 지분투자 등을 통해 소유와 운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결과로 수익이 배당이든 다른 형태든 공유되는 수순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지 일부 지역 사적 토지나 공유부지를 민간투자자에게 임대한 후 수익을 제공받거나, 사적펀드 투자의 미미한 지분투자의 결과로 배당을 받는 방식은 ‘주민참여’를 온전히 실현하는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지역주민 안에서도 지분투자 조건이 어려운 주민이 배제되지 않도록 공적인 금융지원이 충분히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처럼 각 정당이 ‘이익공유제’ ‘햇빛연금’ 같은 이름으로 재생에너지 전환과 주민의 이해관계를 초보적으로 공약에 반영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그마저도 금전적 보상에 치우쳐 있다. 현재 10% 비중도 안 되는 태양광과 풍력 비중을 20%, 30%, 50%이상 빠르게 확대해가려면 도시의 아파트 주민, 지역의 농민과 어민, 지역주민 등 수백, 수천만 현장에서 삶을 이어가는 시민들과 공감대를 만들고, 그들의 동의와 지혜를 빌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에너지 전환이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 정당들이 이익공유를 넘어 ‘주민참여’를 에너지 전환의 가장 중대한 과제로 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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