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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번에 당정 엇박자, 의정 충돌 총선 넘기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중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지 나흘이 넘어가고 있지만, 의료 대란이 풀릴 기미는 전혀 없다. 오히려 당정 엇박자가 심해지는 형국이다. 이대로라면 전공의의 집단 이탈과 의대생들의 휴학이 총선을 넘길 우려도 나온다.

한 위원장이 전국의 의대교수협의회 지도부와 만난 것이 지난 일요일이다. 입을 맞춘 듯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하라"며 한발 물러선 듯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달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2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대 증원 규모가 대학별로 확정됨으로써 의료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말했고, 같은 날 청주에서 연 민생토론회에서도 "증원된 의사들이 큰 활약을 할 것"이라며 의대 증원을 기정사실화했다. 핵심 쟁점인 2천명 증원 규모에 대해선 협상 의제로 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총선을 눈앞에 둔 여당의 수도권 후보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의원은 "내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강행할 경우 의료 파탄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증원 규모를 재검토하자는 이야기다. 이에 앞서 인천에서 출마한 윤상현 의원도 의사 출신인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을 거론하면서 의대 증원 문제를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비대위원장도 "어떤 의제는 전혀 생각할 수도 없는 걸로 배제한다면 건설적인 대화가 진행되기 어렵다"고 재논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이나 여당의 핵심 인사들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이런 식으로 엇박자가 나오는 걸 보면 누구에게도 사태를 해결할 종합적인 로드맵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환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피로감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당을 지렛대 삼아 출구 전략을 찾으려는 것이라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역풍이 불 가능성도 높다.

전공의나 의대생의 입장에선 총선을 넘겨 정치 지형이 바뀔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정부의 정책 추진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고, 문제를 풀어가는 솜씨도 아마추어 수준이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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