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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수고용직 노동자 권익보호, ‘지침’보다 ‘보호법’이 절실하다

서울시가 웹툰작가, 방송강사, 배달라이더 등 노무 제공자와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위한 ’비정형 노동자 권익보호지침(이하 권익보호지침)’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권익보호지침’에는 ‘비정형 노동자’가 알아야 할 기본권리와 공정한 계약, 산업안전 사항, 권익침해 시 구제방안 등의 내용이 담기며, 하반기에 주요 공공·민간기관, 플랫폼업체 등에 리플릿, 책자 등 형태로 배포된다. 지자체 차원으로 권익보호지침이 마련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지자체가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움 될 만한 사업을 찾아 추진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그것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이번 지침 개발사업에 대해 “현행법 상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은 이들이 스스로 권익을 지키고 보호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취지를 강조했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보호지침’이라는 형식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개선을 가져다줄지는 다소 의문이다. 왜냐하면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해당 노동자들과 사업주가 ‘현행의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발생한다기보다는 ‘현행법 상 보호대상에서 배제되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이들의 근로계약 및 임금, 사회보험, 안전문제 등을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법률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산재보험법 등에 특례조항을 마련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또한,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를 보면, 가장 기본이 되는 근로계약의 형식조차 없어 2020년부터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역시 법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별 업체들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없다. 정리하면, 현재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법규와 같은 형식으로 규정되고, 강제될 수 있는 제도’이다.

‘보호지침’을 준비과정에서 실태조사를 선행한다고 하니, 특수고용직 노동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사업방향을 재검토하거나 보완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왕에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만큼 실효성을 우선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침’ 마련 수준을 넘어 법적 보호가 가능하도록 조례제정을 강하게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지역에서부터 법적 보호망이 마련되고 이것이 보편화된다면,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노동법 안으로 포섭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도 지금보다는 빠르게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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