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의힘 ‘종북 색깔론’ 현수막 철회가 말해주는 것

국민의힘의 선거 전략이 ‘색깔공세’로 수렴되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번 선거를 ‘종북세력과의 대결’로 규정한 데 이어 ‘종북 색깔론’을 제기하는 현수막을 걸라는 지시가 내려가고 대통령은 기회가 될 때마다 안보공세를 펼치고 있다. ‘정권 심판’으로 뒤덮이는 선거 판세를 바꿔보기 위해 낡은 이념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으나 이마저도 손발이 안 맞고 엇박자가 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25일 전국의 후보 사무소에 “더 이상 이 나라를 범죄자들과 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라는 문구의 현수막 게시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도 지역에 같은 문구의 현수막을 달라는 공문이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8일부터는 정당 현수막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단 며칠간이라도 이 문구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에서부터 반발이 나왔다. 수도권 후보들을 중심으로 ‘언제적 종북 프레임’이냐는 불만이 나왔다.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중도 확장은커녕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를 취소했고, 국민의미래도 관련 요청을 철회했다.

여당의 ‘이념전 프레이밍’은 다른 곳에서 계속됐다.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은 26일 선대위 회의에서 “이념과 사상이 많이 대립해 있는데, 이념과 사상은 전쟁을 치러서라도 지켜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반국가세력들이 국가안보를 흔들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하겠다”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과도한 이념전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메시지를 내는데 다른 쪽에서는 이념 프레임을 강조하는 꼴이다.

‘불리하면 색깔론’은 국민의힘이 아직도 버리지 못한 못된 버릇이다. 현수막 소동은 ‘875원 대파’로 상징되는 정부의 민생경제 관리 실패가 총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자 여당이 대응책이라고 ‘색깔론’을 ‘조건반사’처럼 꺼내든 것이다.

이종섭 호주대사 ‘도주 논란’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막말 논란’이 커지던 지난 19일 한 비대위원장은 “선거에서 지면 종북세력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류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총선을 ‘종북세력과의 대결’로 규정한 바 있다. 그에 앞서 지난 7일에는 “종북세력에게 전통의 민주당을 숙주정당으로 내주고 있다”며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주장하기도 했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민심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은 지역 후보들이다. 여당의 수도권 후보들이 지도부가 긴급하게 지시한 ‘색깔공세’를 거부했다. 이번 현수막 철회 소동은 보수진영의 ‘색깔론’이 더 이상 국민들에게 먹히지도 않을뿐더러 역풍이 부는 선거전략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나아가 ‘윤석열 심판’으로 기우는 선거 판세를 타개할 정책을 내놓지는 못할망정 ‘이념 전쟁’에나 골몰하는 여당 지도부들의 모습은 지금 당내 후보들도 설득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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