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비례후보 탈락한 측근, 하루 만에 ‘민생특보’로 챙긴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의 20년 지기이자 검찰 수사관 출신인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 위원장이 대통령 민생특별보좌관이 됐다. 주 특보는 여당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에 지원했다가 당선권에서 밀려나자 아예 후보를 사퇴했다. 이에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끝내 당선권에 재배치되지 못했다. 그러자 하루 만인 21일엔 윤 대통령이 그를 특보로 발탁했다. 없는 자리를 만들어서다.

특보는 비상근에 보수도 지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활동비와 사무실이 지원되고, 대통령과 자주 만날 수 있는 '측근'이라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유인촌 문화특보가 장관으로 간 것처럼 이후에 더 중요한 공직으로 옮길 수도 있다. 주 특보는 정권 초기 언론과 만나 "(대통령과는) 단순히 술 한잔하는 관계가 아니라 속내를 다 털어놓는 관계"라고 말한 적도 있다.

윤 대통령은 주 특보에게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된 것이면 어떤 것이든 직보하라"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주 특보가 "지역민과 스킨십이 뛰어난 점이 증명된 만큼 민생특보로 적임"이라고도 덧붙였다. '먹고 사는 문제'라면 사실상 모든 국정에 해당한다. 앞으로 대통령실 내의 권력 지형이 주 특보로 기울어질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거센 정권심판론에 휩쓸려 여권 내에서도 힘을 잃어가는 추세다. 윤 대통령이 지원했던 도태우 변호사나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공천을 받았다가 박탈당했고, 용산 출신 측근들도 험지에 내몰렸다. 막말로 사퇴한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경우나, 호주 대사로 부임했다가 국내로 돌아온 이종섭 전 장관의 경우도 비슷하다. 대통령의 뜻이 여당에서 관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당장 주 특보가 비례대표 당선권에 진입하지 못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은 윤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후광을 업고 여당 비대위원장이 된 한 위원장에게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내리꽂기식 인사를 한 당사자는 대통령 자신이다. 이번에 주 특보를 용산으로 불러들인 것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