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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부자감세,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아예 폐지하겠다니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전면 폐지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 문래예술공장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우리 정부는 더 이상 국민들께서 마음 졸이는 일이 없도록 무모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할 것”이라며 “법을 개정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법 개정 전이라도 여러 가지 다양한 정책 수단을(동원해) 폐지와 같은 효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 한 채를 가진 보통 사람들의 거주비 부담이 급등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토지 보상 등 67가지 행정제도의 기초자료로 사용되는 중요 지표다. 이런 공시가격을 실거래가와 큰 차이가 없도록 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시세의 평균 69%였던 공시가를 2030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자산 불평등 심화를 막고, 공정 과세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이런 로드맵은 차질을 빚고 있다. 이미 지난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면서 법안 무력화를 시도했다. 이번에도 전면 폐지를 선언하면서 '법 개정 전에라도 폐지와 같은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나서서 법을 어기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현행 법은 정부가 부동산의 적정가격을 공시하도록 했고, 적정가격이란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이라고 정의했다. 윤 대통령의 말은 시장을 고의적으로 왜곡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결국 남는 것은 비싼 부동산을 가진 소수의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것 뿐이다. 부자감세는 이 정부 정책에서 유일하게 일관된 것이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이 정부 예측보다 56조 원 이상 덜 걷히면서 유례없는 세수 부족 위기를 겪고 있다. 경기침체와 부자감세가 원인이다. 윤 대통령은 “집 한 채를 가진 보통 사람들의 거주비 부담이 급등했다”면서 국민을 위한 조치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공시가격 현실화 전면 폐지’는 부자 감세이고 세수를 줄여 정부의 손발을 묶는 것이 된다. 불평등을 커지게 하고, 복지를 후퇴시켜 보통 사람들의 삶을 위기로 빠뜨린다. 이런 대통령을 그대로 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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