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해도 해도 너무한 선거방송심의위

지난 2월 27일 MBC가 일기예보에서 서울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1’을 시각적으로 강조했다. 이틀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MBC가 일기예보를 통해 노골적인 민주당 선거운동성 방송을 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 위원장의 비난처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기예보를 보며 총선 기호 1번을 떠올렸고, 선거에 영향을 미쳤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위)는 해당 예보에 대해 법정 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중앙선관위가 이미 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고, 해당 영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선거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선방위의 결정은 달랐다.

선방위는 선거 기간에 심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별도로 운영하는데,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련 학계와 시민단체 등의 추천 위원으로 구성한다. 선방위 제재 수위 중 중징계로 인식되는 법정제재부터는 방송통신위의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된다. 때문에 선방위 제재는 공정성을 잃으면 안 된다. 문제는 선방위가 내린 징계가 특정 방송사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법정제재와 행정지도 건수 중 2/3가 MBC, YTN, CBS에 몰려 있고, MBC는 높은 수위의 징계인 ‘관계자 징계’를 다섯 차례나 받아 벌점만 25점이다.

선방위가 제재를 결정한 내용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한동훈 위원장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심지어 이태원 참사에 아무도 책임 안 졌다는 발언이나, 민원사주 의혹을 받은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해촉을 주장한 것도 ‘선거’방송 심의의 대상이 되고, 법정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반대로 야당에 불리하다는 민원이 제기된 종편 방송에 대해서는 제재를 내리지 않았다.

선방위는 권한을 악용해 언론을 탄압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선거에서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이슈를 보도하고 공론장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히 언론이 해야 하는 일이다.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심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 언론자유를 침해하며 시청자의 권리를 빼앗고,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해 유권자의 권리를 유린하는 선방위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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