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 부활절 남북 공동기도문 초안 발표··· 최악의 남북관계 속 성사될 수 있을까?

지난 2014년 평양 봉수교회에서 열린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통일을 위한 8.15 남북공동기도회’ 모습. 이날 기도회엔 남측 교회 기도자 19명과 250여 명의 북측 교인들이 함께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반도 역사와 앞으로 살아갈 긴 미래 한반도 속에서 분단은 아주 잠깐입니다. 그러나 그 상처는 너무 큽니다. 분단에 이바지한 죄지은 모든 자를 불쌍히 여겨 주시고 통일에 더 적극적이지 못했던 저희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민족의 십자가를 똑바로 지지 못하고 분단을 심화시킨 죄를 용서하옵소서.”
- ‘2024년 부활절 남북공동기도문’은 남측초안 중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김종생 총무) 화해통일위원회(한기양 위원장)가 18일 ‘2024년 부활절 남북공동기도문’은 남측초안을 발표했다.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남북 개신교 교류가 다시 이어지고, 공동기도문이 무사히 발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소속인 남의 교회협과 북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은 지난 1989년부터 8.15 직전 주일(일요일)을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로 정하고 공동기도문을 발표해왔다. 지난 1996년부터는 부활절에도 남북 공동기도문을 발표해왔으며, 2013년 2013년 부산에서 열린 WCC 제10차 총회에서 한반도 평화에 관한 성명을 채택한 후 WCC는 매년 부활절에 남과 북이 공동으로 작성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기도문을 전 세계 교회에 배포하며 기도를 요청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교류는 지난 2019년을 끝으로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2019년엔 부활절 공동기도문은 발표하지 못했지만, 8.15를 맞아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 기도문은 발표했다. 2020년, 2022년에는 남측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고, 2021년에는 “지금 시점에 남북공동 기도문은 무의미하기에 이를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는 우리의 명확한 입장을 알린다”는 서한을 WCC 측에 보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통일부에서 부활절 공동기도문 작성 과정을 문제 삼기도 했다. 2023년 부활절 남북 공동기도문은 남측의 초안 발표로 끝나고 말았지만, 통일부는 2023년 5월 교회협에 공문을 보내 북에 부활절 공동기도문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통일부에 신고하지 않았다면서 경고 조치를 했다. 북에 공동기도문을 제안하는 건 북한주민 접촉인데 이를 신고하지 않아 문제라는 것이다. 통일부가 남북 공동기도문 작성 과정을 문제 삼은 건 1989년 첫 공동기도문을 발표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 등 집권세력이 연일 북을 향해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고, 북에서도 남과 북을 동포가 아닌 별개의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남북 공동기도문 발표가 성사될 수 있을 진 미지수다.

2024년 부활절 남북공동기도문(남측초안)

감격 속에 남북북남이 함께 부활절남북공동기도를 시작한 지 28년이 지났습니다.
통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신 하나님께 영광 돌리면서 시작한 기도입니다.
통일로만 마지막 그 소임을 다하게 하옵소서.

하나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힘에 의한 평화, 자유의 북진정책과 핵 무력 증강, 적대적 국가 관계 선언은 너무나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그동안 어렵게 만들어졌던 수많은 합의는 힘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남북 북남을 향해 총을 겨눈 디엠지 초소가 복원되고 남북경협의 경의선 도로에 지뢰가 깔렸습니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해산되고 민족의 혈맥 잇기 과제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13만 명이 오고 가던 남북 정상의 회담 통로, 평창올림픽을 함께 준비하던 숨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강압으로 너덜해진 10만의 이산가족들은 자연스러운 만남을 거절당해 왔습니다. 그리움으로 북에서 남을, 남에서 북을 바라보는 이산의 눈물을 제대로 닦아드리지 못했습니다. 한국 사회에 스며든 분단의 폭력성은 우리를 광범하게 오염시켜 상처를 키웠습니다.

하나님 우리를 용서하옵소서.

한반도 역사와 앞으로 살아갈 긴 미래 한반도 속에서 분단은 아주 잠깐입니다. 그러나 그 상처는 너무 큽니다. 분단에 이바지한 죄지은 모든 자를 불쌍히 여겨 주시고 통일에 더 적극적이지 못했던 저희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민족의 십자가를 똑바로 지지 못하고 분단을 심화시킨 죄를 용서하옵소서.

반통일 분리 안정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옵시고, 탐욕적 국제질서의 악에서 건져주옵소서.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게 하옵소서.

오늘 우리에게 한반도 평화에 필요한 지혜와 사랑과 결기의 양식을 주옵소서.

정권이 바뀌어도 통일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남북 북남에서 통일정책이 법제화되게 하옵소서.

남북 북남이 지금 겪는 모든 역경이 통일일꾼을 키우는 과정이 되게 하옵소서.

평화의 생활화로 한반도 미래를 준비하게 하옵소서.

한반도의 분단이 끝이 아니라 평화로 가는 마지막 단계가 되게 하옵소서.

혼사가 오가고 남북 북남의 청년들이 가족을 만들게 될 날을 기도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에서 일으키신 능력이 분단을 무너트리는 원천이 되게 하옵소서.

한반도 통일을 통하여 아버지 이름이 높여지게 하옵소서.

하나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한반도 어디선가 진달래가 봉우리를 세우면 고난주간이었고 피어나 번지면 부활주일이었습니다. 부활절 평화가 그렇게 한반도에 진달래로 피어나게 하옵소서.

고난주간 한반도의 상처를 아프게 바라보게 하시고, 부활주일을 통하여 통일 한반도를 힘 있게 바라보게 하시고, 승천 주일을 지나며 남북 북남의 모든 교회가 분단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옵소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한반도 평화가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2024년 3월 3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조선그리스도교련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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