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의대 교수들의 중재 의견, 정부 대화에 나서야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12일 서울대 의대와 가톨릭대 의대 교수들이 정부에 ‘2천명 증원’ 규모를 고집하지 말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하자고 중재에 나섰다. 19개 의대 교수들이 공동비대위를 구성하고 ‘전공의 사법처리’ 등에 맞서기 위해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속에서도 일부 교수들이 벼랑 끝으로 치닫는 의정 대치를 풀어보자고 중재안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2천명으로 정하지 말고 대화 협의체를 구성해 결정하자”고 밝혔다.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에 의사 증원 추계를 맡기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의사협회, 여야, 국민, 교수, 전공의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에서 1년간 논의해 결정하자는 것이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대한의사협회도 증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협의체 구성에 동의하길 바란다”고 했으며 “의대생·전공의도 협의체가 구성되면 전원 복귀하자”고 제안했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들도 “특정 정원을 고집하지 않고 조건 없는 대화·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중재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냉랭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의료개혁을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입장을 밝혔고 보건복지부는 서울대 의대 비대위 제안과 관련해 “증원 시기를 1년 늦추면 피해는 훨씬 커질 것”이라며 거절했다. 전공의 역시 양보할 기세가 아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SNS에 “서울대 비대위와 합의한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중재안은 정부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한 사법처리를 할 경우 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서울대와 연세대, 울산대, 가톨릭대 등 19개 의대 비대위 대표들은 12일 저녁 온라인 회의를 열고 “곧 닥칠 전공의에 대한 사법적 조치와 의과대학 학생들의 유급·휴직은 가장 시급한 비상사태”라면서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를 조직하고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즉, 정부가 ‘2천명’에 대한 고집을 꺾는다면 대화에 나서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고, 태도 변화가 없다면 의대 교수들 역시 투쟁에 돌입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전공의 집단사직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에 들어간다면 의료대란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는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을 파견하고 환자 분산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한다며 의사들의 퇴로를 막고 버티고만 있다. 환자들의 입장에선 생명을 담보로 싸우고 있는 의사들도 ‘집단행동 엄벌’ 입장만 되뇌는 정부도 답답하게만 보인다. 그 어느 쪽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만큼 정부도, 의사들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증원을 결정하자는 중재안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그 파국의 책임과 국민적 지탄을 짊어져야 할 것이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