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더 심각해진 의료대란, 독 안의 쥐 몰 듯이 다룰 일 아니다

정부가 4일 엄정 대응 방침을 재차 강조하면서 집단행동 중인 의사들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에 돌입했다. 정부는 애초 전공의들의 복귀 시한으로 지난달 29일을 제시했는데, 4일은 시한이 지난 후 첫 평일이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번 처분이 '불가역적'이라면서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이 불가피한데, 전공의 수련 기간을 충족하지 못해 전문의 자격취득 시기가 1년 이상 늦춰진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강경 방침에도 불구하고 의료 현장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은 거의 없어 보인다. 여기에 새로 들어와야 할 인턴이 대거 임용을 포기하고, 그동안 의료 현장을 지키던 전임의(펠로)들 사이에서도 이탈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장에는 대학병원 교수와 개원의들만 남게 된다. 안 그래도 극한적 상황에 내몰려있던 의료체계가 더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정부는 4일로 예정된 전국 40개 대학의 신청이 마감되고,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확정되고 나면 전공의와 의대생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의 기세가 꺾일 것으로 보는 듯하다. 의사들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국민이 의대 정원 확대를 찬성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론이 이렇게나 일방적으로 형성된 것은 수십년간 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 집단이 이기주의적 행태를 거듭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의사들을 '독 안의 쥐' 몰 듯이 다루는 것은 옳지 않다. 당장 정부의 강경책이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복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직업적 안정성은 여전히 높고 생계에 직접적 타격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뭉친 조직적 투쟁 양상도 아니다. 밀어붙인다고 꺾인다는 보장이 없다는 뜻이다. 정부의 강공이 먹히지 않아 사태가 장기화하면 의대생들의 유급과 전공의들의 수련 부족이 현실화하여 당장의 의료대란은 물론이고 특정 시기 의사 수급에 큰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의사도 국민이다. 정부 시책에 따르지 않는다고 특정 집단을 상대로 이렇게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이미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여러 중재안이 나왔고, 이런 목소리에 힘이 실려야 전공의들도 마음을 바꿀 수 있다. 의사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미 존재한다. 이를 기반으로 이해관계자 집단과 교섭하고 조율하며 타협하는 것 역시 민주적 정부의 역할이다. 행여나 이번 이슈를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하겠다는 얄팍한 계산에 안주해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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