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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세사기 피해자 선구제 더 늦출 수 없다

지난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세사기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야당의 직회부 추진에 반발하며 표결 직전 퇴장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60일간 계류하면 해당 상임위원장은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법안을 직접 상정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법사위로 넘어간 지 62일 만에 국회 본회의로 향하게 됐다.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됐지만 특별법 개정안 입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29일 국회 본회의가 열렸지만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부의되지 않았다. 국회법은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었던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기간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서 해당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0일 숙려 기간을 고려하면 다음 달 27일 이후에야 본회의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 달 27일은 이미 총선 2주 전으로 3~4월 중 본회의 자체가 불투명하다.

정부 여당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27일 국토교통부는 “선구제 후회수 조항이 시행되면 수조 원 규모의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고 주장했다. 정부 부처가 나서서 비용을 이유로 피해자 구제를 공공연하게 외면하는 것도 문제지만 ‘수조 원 혈세’라는 가정부터 사실이 아니다. 피해자 구제에 들어간 돈의 상당 부분은 회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절반 이상은 선순위 임차인이며, 이 경우 최우선변제금도 회수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후순위 피해자의 경우에도 최우선변제금보다 적게 회수될 수는 있어도 일부는 회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제라도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의 전세사기 특별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피해지원위원회가 인정한 1만3천여 명이 넘는 전세사기 피해자 중에서 지금까지 구제 절차를 마무리한 피해자는 겨우 199명이다. LH의 피해주택 매입 실적은 겨우 1건이고, 우선매수권 사용은 133건이다. 빚내서 버티라는 대책에 불과한 저리대환대출도 1천32명으로 전체의 8%에 불과하다. 대출이나 알선해 주는 정부 대책의 한계는 현실에서 증명됐다.

특별법 개정은 국민에게 한 약속이다. 지난해 특별법 제정 당시 정부와 국회는 6개월마다 개정을 약속했고, 이미 그 기간을 넘겼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국가 제도를 믿고 그것을 따랐을 뿐이다. 다른 사기 사건과 형평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런 피해를 방조한 국가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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