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불평등 구조 이대로 두고, 저출생 대책이 무슨 소용인가

28일 통계청은 '2023년 출생·사망 통계'를 발표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역대 최소인 23만명으로 전년보다 1만9천200명(7.7%) 줄었다.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작년 0.72명이다. 이 수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온 걸 감안하면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0.7명 선까지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혼인과 출산을 기피하는 상황을 놓고 우려와 대책이 나온 지는 꽤 되었다. 2005년에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했고,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간 예산이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총 378조 원이고 작년에만 48조 원을 썼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관련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마치 나라가 곧 없어질 것 같은 탄식만 이어졌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결혼과 출산, 양육을 넘어서는 근본적 성찰을 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정부 대책은 각종 '신혼부부' 지원책을 들어 결혼을 장려하고, 영아수당, 양육수당, 아동수당, 보육료 지원 같이 출산과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조하는 데 치중해왔다. 기본적으로는 가족을 출산 및 양육의 책임 주체라는 인식 하에 국가가 이를 보충하는 방식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키우는 문제는 매우 긴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일이며, 무엇보다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가 되어있을 것인가에 대한 전망에 달려있다. 자녀가 부모보다 낫거나 최소한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지 못한다면 출생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그런 기대가 충만하다면 국가의 어떤 보조 없이도 자연스레 결혼과 출산이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결국 지금의 저출생을 만들어낸 건 현재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다. 교육과 노동, 주거와 의료 등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고, 누구나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출산율이 낮다는 통계는 이런 현실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지금 필요한 건 우리 사회가 큰 틀에서 방향전환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이를 시작할 정치적 힘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노동운동과 시민사회, 그리고 진보정치에 더 큰 책임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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