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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조 밖 노동자 지원’ 지시는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격

윤석열 대통령이 내달 민생토론회를 통해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비노조 근로자들을 위한 지원방안 발표를 검토 중이라고 경제지가 단독 보도했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노조를 악마화하며 공격해왔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는 대표적인 하청 비정규직 노조지만 정부는 행정력과 수사권을 총동원해 탄압했다. 회계 공시를 빌미 삼아 엄청난 회계부정이 있는 듯 몰아세우고 수시로 ‘부패’와 ‘카르텔’을 운운했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위헌적 초법적 행태였다. 이런 정부가 노조 밖의 노동자들을 지원한다니 재미없는 코미디 같다.

정부는 10% 초반인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선진국에 비해 별로 낮지 않다고 주장하는 듯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미국을 제외하고 어떤 선진국도 우리 수준으로 노조 조직률이 낮지 않다. 아예 노동자로 구분되지 못하는 노동자도 많고, 산별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으며 업종이나 직종 전체에 단체교섭 내용이 적용되는 제도 등도 없어 그야말로 노동기본권이 법전에서 잠자고 있다는 평가를 국제노동계에게 받는 실정이다.

우리의 노조 가입률이 낮은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하는 일에 불이익이 따른다는 점이다. 사측은 노조를 가입하지 못 하도록 하거나 어용노조를 만들기도 한다. 널리 알려진 무노조경영은 물론이고, 국내 1위의 제과제빵 기업인 SPC의 대표이사에 노조 탈퇴 공작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지경이다. 보이지 않는 방해와 장애까지 감안하면, 여전히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하는 것은 민주화운동과 다름없는 결단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해도 사용자를 제대로 찾아 권리를 얻어낼 수 없다는 점이다. 재정적 능력도 없고, 경영적 실권도 없는 바지 사장이 넘쳐나고, 사장을 사장이라 부르지 못하는 현대판 홍길동인 간접고용 노동자가 무수하다. 노조를 만들어도 제대로 된 교섭도 이뤄지지 않으며, 여차하면 위장폐업을 하고 간판만 바꿔 회사를 새로 차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노조법 개정이 절실하다. 사용자의 개념을 지금처럼 협소하게 가두지 말고 현실에 맞게 넓혀야 노사가 제대로 호명되고 법적 권리와 책임이 온전히 실행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노조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거부권으로 무산시켰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뽑은 22대 국회 제1 과제가 노조법 개정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을 적용하는 것도 시급하다.

윤석열 정부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를 지원하는 것은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격이다. 노동자 권리를 충실히 보장하면 노사관계 속에 상당 부분 해결될 일을 불우이웃 돕기 식으로 몇 푼 쥐어주고 생색이나 내겠다는 것 아닌가.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이 ‘노동조합 밖의 노동자’를 운운하는 것에서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를 위한 제도 개선’보다 ‘노동조합이 없어도 된다’는 식의 정부 주도 노조 파괴 공작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이제라도 엉뚱한 곳에 힘쓰지 말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고 산업 현실에도 맞게 노조법을 개정하고, 노동기본권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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