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시민공원에 이승만 기념관 짓겠다는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열린송현녹지광장(송현공원)에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오 시장이 기념관 건립 모금 운동에 동참하며 사업에 시동을 거는 듯하더니, 이번엔 아예 서울 한복판 부지까지 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제주4.3희생자 유족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대한민국 헌법에도 불의에 항거한 4·19 혁명 정신은 계승해야 할 역사임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으며, 그 불의의 당사자가 이승만"이라고 지적하며 중단을 촉구했으며, 학계와 종교계 역시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오 시장은 “서울시가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다”, “국민 다수의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해명했지만, 기념관 건립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등 입장을 고수했다.

오 시장은 이미 지난해 11월 ‘이승만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송현공원 내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 검토'라는 제목의 PPT 자료를 직접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에는 건물 배치도, 면적, 소요경비까지 포함돼 있었으며, 지하 3층~5층 규모의 주차장 신설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말로는 국민 공감대가 중요하다면서 실제로는 시장이 직접 건립계획을 챙기며 추진하고 있던 것이다.

송현공원은 서울광장 면적 3배에 달하는 크기로 일제강점기에는 식산은행 사택으로, 해방 후에는 미군 숙소, 미 대사관 숙소로 사용되는 등 우리민족의 아픈 역사가 서린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다. 높은 담장에 가로막혀 금단의 땅으로도 불렸던 송현공원은 한 세기 만인 지난 2022년 시민의 품으로 돌아갔다. 당시 오 시장은 “도심 한가운데 비어있는 곳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 많은 분이 즐길 수 있는 컬렉션 외에는 어떤 시설도 들어올 수 없다는 원칙을 정하고 끝까지 비워놓겠다”며 시민을 위한 녹지공간으로 남겨두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불과 1년 반 만에 이 같은 원칙을 뒤집은 것이다.

오 시장은 "공과 과를 균형 있게 다뤄 역사를 균형 있는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념관을 만든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그 공간에 (기념관을) 세우는 것에 국민적 동의가 이뤄지면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백번 양보해 설령 이승만에게 어떤 ‘공’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가 정치깡패를 동원해 시민과 정치인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수십만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역사적 사실만으로 그는 극악한 범죄자 그 이상, 그 이하도 될 수 없다. 우리 헌법도 ‘4.19 민주이념 계승’을 기본 정신으로 명시하며, 그를 ‘불의’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인물의 기념관을 짓겠다고 시민들의 공간을 빼앗고 헌법정신까지 저버리려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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