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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대재해법 확대적용 한 달, 정부의 괴담은 사실이 아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된 후 약 한 달간 26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정부가 엄포를 놓았던 ‘동네 빵집’이나 ‘식당’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없었다. 정부가 극히 일부의 사례를 들어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민중의소리가 해당 법이 확대 적용된 1월 27일부터 2월 24일까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공개하는 사망사고 속보 내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26건의 사망사고로 2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이 중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10명이었다. 26건의 사고를 업종별로 구분해보면 건설업이 12건, 제조업 10건, 기타 업종 4건이었다. 4건의 기타 업종은 벌목업체, 농업, 이사업체에서 발생했다. 정부가 경고했던 음식업 등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당 법의 확대 적용 전인 지난 1월 노동부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종사자가 5명 이상인 개인사업주인 동네 음식점이나 빵집 사장님도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 전후 각종 매체들은 ‘줄폐업’ ‘예비 범법자’ 등의 자극적인 단어를 써가며 정부의 엄포에 지원사격을 했다. 확대 적용 직후 노동부 장관은 중대재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제조업이나 건설업 사업장이 아니라 음식점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통계에서도 볼 수 있듯 중대재해는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집중돼 나타났다.

재계는 ‘감옥의 담벼락을 걷는 불안함’이라며 사망사고가 일어나기만 하면 사업주가 쉽게 처벌받는 것처럼 왜곡을 했다. 하지만 해당 법 확대적용 이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입건된 사례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문제는 사망사고가 일어나도 관련 수사인력 부족으로 수사가 지체된다는 점이다. 중대재해 사건은 고용노동청이 1차 수사를 하고 검찰에 넘기는데, 현장 상황에 비해 수사인력은 부족하다. 1년에 중대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만 800명이 넘는데도 수사인력은 전국에 1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경찰의 마약수사 인력이 300명이 넘고 대공수사 인력이 700명에 달하는 것에 견주어보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중대재해 감축 대책으로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강조하지만 현장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 상황을 잘 아는 노동자들이 안전대책을 세우는 논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지만 사업주는 물론 정부도 무관심하다.

중대재해처벌법 도입과 확대 적용은 산재사망사고를 이대로 둘 수 없고, 예외도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정부가 할 일은 ‘동네 빵집 줄폐업’이라는 왜곡과 선동에 동참해 극도의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감독 체계를 실효성 있게 갖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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