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실, 김건희 여사가 선물 받은 고가 양주에는 뭐라고 할 건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오르 명품가방을 선물 받기 전에도 최 목사로부터 고가의 양주 등을 전달받은 정황이 추가로 공개됐다. 최 목사는 25일 ‘서울의소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2022년 7월과 8월 김 여사에게 선물을 건넨 장면과 김 여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공개했다. 최 목사가 두 달에 걸쳐 김 여사에게 건넸다는 선물은 고가 위스키(40만 원 상당 듀어스 더블더블 27년산)와 전기 스탠드, 10만 원 상당의 전통주와 저서 8권 등이다. 김 여사는 “술을 잘 받았다”며 최 목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회신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민간 경비원을 통해 선물이 전달된 정황까지 드러났다.

앞서 공개된 디오르 명품가방 및 샤넬 화장품 수수 건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안 역시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 외부인에게 각종 선물들을 아무런 절차적 제약 없이 무분별하게 전달받은 심각한 비위 사례다.

대통령실은 기존 명품가방 수수 건에 대해 공식 대응 없이 관계자발로 ‘몰카 공작’ 등의 언론 플레이를 하다가, 지난달 19일에도 마찬가지로 관계자발로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모든 선물은 관련 규정에 따라 관리·보관된다. (김 여사가) 그 물건을 실제로 쓴 적도 없다”고 전한 바 있다. 현행법(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에 따르면 ‘대통령 선물’은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한 선물’에 해당하며,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한정된다. 만약 대통령기록물로 보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수령일, 수령 장소, 수령 경위 등이 담긴 공적 기록이 존재해야 한다.

이 같은 대통령실의 설명대로면, 김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은 대통령기록물법에 근거해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이 있거나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는 선물이어야 하는데, 그 근거에 대한 합당한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이후 MBC는 대통령실에 ‘명품가방이 국고로 귀속된 시점과 국고로 귀속하게 된 이유’, ‘현재 보관 중인 장소’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대통령실은 이달 초 MBC에 해당 정보 비공개 통지를 했다. ‘국가안전보장 등에 관한 사항이라,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비공개 이유였다.

이번에 추가로 확인된 김 여사의 선물 수수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은 아직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본다면, 대통령실의 대응 논리는 명품가방 수수 사안과 동일한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그러나 김 여사가 사적으로 받은 선물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는 궤변을 또 다른 사안에 적용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도 않으며, 국민을 두 번 기만하는 행위다. 또한 국고에 귀속돼 보관 중이라고 해명하면서 그에 관한 아무런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들의 의심만 더욱 가중시키는 일이다. ‘몰카 공작’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김 여사의 행위가 ‘없었던 일’이 되지 않고, 공적 기록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사안으로 변하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부적절한 물품 수수 의혹이 추가로 확인된 데 따라 사안이 더욱 중대해졌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그에 걸맞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공직기강비서관실을 정상적으로 가동해 분명한 수수 경위와 처분 내용을 확인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수사를 피할 길이 없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